언론속의 국민
[경제와삶] 소유경제공화국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석사) 학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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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소유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덕분에 카페나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고 이용하더라도 ‘내가 나가기 전까지 내가 앉은 자리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을 대부분 하는 것 같다. 서비스업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그 바탕에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인식이 깔려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우리는 보통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앉아있는 테이블엔 잘 앉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저 테이블은 저 사람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의 경우로 내가 앉게 된 자리도 ‘내가 나가기 전까지는 내 것’이라는 소유에 기반 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지금 내가 앉은 자리가 나의 것일까? 공유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잘 시키고 있는 미국은 가정에서 아이가 자라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장난감을 필요로 하는 다른 가정에 대가 없이 전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내 아이가 물려받아 사용했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다시 물려주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가면 수업에 사용하게 되는 교과서도 대부분 학교로부터 빌려서 사용하고 학년이 끝나면 빌린 상태 그대로 다시 반납한다. 교과서와 참고서 표면에 자기 이름을 크게 적어 공식적인 소유권을 확보한 뒤,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공부를 하는 우리의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런 공유경제에 대한 인식덕분인지 미국은 우리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질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활동의 우선순위로 내 집 마련을 꼽는다. 매달 월세를 내며 ‘남의 집’에 살기보다는 ‘내 소유’의 집을 마련하여 살고자 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월세, 전세 세입자들은 본인이 살고 있는 집 벽에 마음대로 못을 박지 못하는 것과 어디 가서 당당하게 ‘세 들어 살고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힘들어 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매달 렌트료를 지불하며 사는 것을 일반적으로 여긴다. 우리가 벽에 마음껏 못을 박거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내 집’을 꿈꾸는 것과 달리, 미국사람들은 본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언젠가는 다른 이에게 공유될 것이라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생활 하는 것이다. 미국사람들은 카페에 가서 자리가 없으면 ‘Excuse me’ 하며 남의 테이블에 합석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 이런 상황을 불쾌히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내 소유의 자리’ 로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한 자리를 비워 줄 때에도 다음 사람의 사용을 위한 배려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손님이 ‘왕’ 이라는 말 때문인지 서비스에 대한 표면적 인식이 높게 평가된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자리공유가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모습일 수 있지만, 정작 우리에겐 ‘왕’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도 잘못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왕은 자신이 다스리는 나라의 문화와 외교,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까지 끊임없이 신경 쓰며 매 순간 의사결정 앞에서 올바른 선택지를 고민하는 고된 자리이다. 그러한 일이 선행되었기에 왕으로서의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왕은 그냥 좋은 대접만 받는 것에 머무르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인정신을 갖고 서비스가 행해지는 공간을 소중하게 잘 사용한 뒤 다음사람을 위한 배려로 이어지는 모습이 오히려 왕 같은 모습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의 하버트 사이먼교수는 디자인에 대해 ‘기존의 조건이 더 나은 것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 정의내린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그저 표면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에 지나지 않는 반면, 실제 디자인은 본질적인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질이 바뀌면 표면도 점차 달라지게 되어있다. 복잡한 경제현상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디자인경제학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상적 기반의 경제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경제모델을 만들고 있다. 유례없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낸 우리나라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의 배경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소유’에 대한 관념 덕분인지, 아니면 좋은 것을 받아들여 더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국민들의 융복합형 사고 덕분인지는 디자인경제에서 더 많은 연구를 해나갈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가앉은 자리에 대해 갖는 기존의 소유방식 관념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생겨나길 바랄 뿐이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원문보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380805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본교 소속 구성원이 직접 작성한 기고문이기에 게재하였습니다. 출처 : 중부일보|2019-12-02 2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