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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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反기업.反부자 정서의 '함정'..李守東 <국민대 경영대학원장>

[한국경제 2004-06-03 10:49]

최근 들어 한국의 경제형편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보다도 못하다 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고,피부로 접하는 삶의 현장에서 이런 소 리를 자주 듣는다.

택시운전사,서민을 위한 대중음식점,고급 음식점,백화점 간부,재래시장 상인 등 등 계층과 업종에 관계없이 IMF 직후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말들은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정부에서도 각종 지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고,오죽하면 대통령도 경제 불황을 과장하지 말라고 할 정도이겠는가.

그러나 우리경제가 확실히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만은 버릴 수 없다.

사람으로 치면 서양의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각종 테스트 결과는 크게 나쁘지 않은데,동양의학적 관점의 맥(脈)이 쇠잔(衰殘)하다든지,기(氣)가 약하다든지 하여 기운이 없어 보이고 생기(生氣)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상태가 아닌가 한다 .

따라서 우리 경제의 당면한 문제는 어쩌면 개혁이라는 이름의 외과적 수술에 앞 서 생기의 보충.보양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회 분위기에 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수년간 지속적,추세적으로 바뀌고 있는 사회분위기 중에서 경제에 가장 악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반기업 정서,반부유층 정서,반엘리트 정서라고 생각한 다.

"부자에겐 세금을,서민에겐 복지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민주노동당이 이번 총선의 최대 승리자임에 분명하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많은 기업들이 정부도 반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불안해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재벌 그룹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반기업 정서라는 보도도 있었다 .

물론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게 된 책임의 상당 부분이 기업들에게 있는 것도 사 실이다.

그래서인지 반기업 정서는 반부유층 정서,반엘리트 정서와도 연계되어 있다.

즉,한국의 많은 기업들이,각종 부정과 정경유착,폭리,반경쟁 행위,불투명한 지 배 구조,임금 착취,탈세 등의 온전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여 부유층을 형 성하게 되었고,또 그 대부분이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거나 거쳐 온 인사들에 의 해 자행되었다는 인식이 근저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아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한 기업의 성공이,한 인간의 부의 축적이 ,한 엘리트의 창의력과 노력이 그들의 성공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와 영리 추구라는 동기와 자유경쟁이라는 제도를 골간으로 하여 유지된다.

한국 사회에서의 개인의,기업의 성공도 대세적으로는 이 골간에서 결코 크게 벗 어나 있지 않다.

도전정신과 창의력,성실과 노력에 의해 이룩한 남다른 성과는 인정되어야 하며 결코 질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이런 성과의 광영(光榮)을 시간적으로 얼마나 연장하여 인정해 주어야 할까.

예를 들어,대학 4년 동안 뜨거운 노력과 인내로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에 합격하 였다면,또 사회에 나가서 창의력과 성실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여서 큰 부자가 되었다면,그 부나 명예와 권력을 어느 시점까지 인정하여야 할까.

즉,어느 정도의 이월효과(carry over effect)를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걸까 하는 것은 논의를 달리 하여야 하는 중요한 사회계약의 요소이다.

이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면 평등한 사회는 될지 몰라도 발전과 풍요는 기대 하기 힘들 것이다.

또 지나치게 많이 인정한다면 그 또한 중요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사회가 활력을 갖고 계속 성장의 추진력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이 월 효과를 기업과 부유층과 엘리트들에게 인정해주어야 한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인터넷으로 무장된 국민들이 뒤따르면서 반기업,반부유층 ,반엘리트 정서를 확산시키는 분위기에서는 이런 제도개혁도 실효를 거두기 힘 들고,아무리 막아도 자본 및 인재는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며,소위 말하는 경기 부양은 어려울 것이다.

/(사)한국유통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