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DT 시론] 경제시스템 `백년대계` / 김현수(BIT대학원)교수, 한국SI학회회장
2004-06-03 10:53


김현수 한국SI학회 회장, 국민대 교수

`지금으로부터 87년 전 자유를 소망하고 만인 평등의 대의에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 선조들은 이 땅에 새로운 국가를 세웠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소망과 희생으로 세운 이 나라 혹은 그 어떤 나라가 얼마나 영속될 것인지 시험받는 큰 내전을 치르고 있습니다.…<중략> 따라서 살아남은 우리는 굳은 결심으로 여기서 싸웠던 사람들이 남겨놓은 미완성의 과제를 위해 헌신해야 할 것입니다.…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세상에서 소멸되지 않도록.'

링컨은 남북전쟁 당시 게티스버그 국립묘지 개장 기념식 연설에서 이렇게 장엄하게 현안 이슈를 국가의 영속적 가치에 연결시켰다. 국가란 영속되어야 할 실체이고, 우리는 국가를 발전적으로 변화시켜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를 생각하고 있는가?

최근의 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해외투자액이 사상 처음으로 대기업의 해외투자액을 넘어섰다고 한다. 고임금에다 노사문제, 각종규제 등으로 인해 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중소기업까지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의 장기발전을 이끌 주춧돌이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최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재계는 경제위기 상황이 심각하다며 규제완화와 부양책을 요구하였고, 대통령은 위기를 과장하지 말라고 하였다 한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재계에서는 투자와 고용을 대폭 늘리는 계획들을 연일 발표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없던 투자 계획과 고용 계획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재계의 순발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시스템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아직도 대통령이 재량으로 기업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경제계는 무엇을 위해 기업 활동을 해야 하는가? 정부는 국가의 100년 후를 내다보고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어야한다. 또 기업은 중장기계획을 가지고,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이 보다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철저한 계획하에 치밀한 경제논리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임시방편적이고 대증적인 처방이 가져온 폐해를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여 알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재벌기업 오너도 아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오늘의 우리세대만이 아니라, 다음세대도 이 나라의 주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다음 세대까지를 생각하는 비전 있는 정치를 하고, 경제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현 정부와 재계는 눈앞의 이익만을 위한 정치와 기업 운영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현재의 경제난국을 성공적으로 타개하고 국가 장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양해야 한다. 해답은 대증적인 대책의 남발에 있는 것이 아니고 정의롭고 건전한 시스템의 정착에 있다.

기업인의 도덕성 회복과, 기업인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최근 공적 자금 유용 비리에 대한 보도를 접하고 국민들은 다시 경악하고 있다. 공직자와 일부 기업가의 윤리의식이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 개탄스럽다. 이러한 일부 부도덕한 기업인 때문에, 양심적이고 열정적인 많은 기업인들이 일반국민들에게 함께 매도당하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기업인을 위해서는 큰 보상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법인세 인하와 정부의 직접적인 사업지원 등의 충분한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정신이 고양되고, 비로소 국가의 성장동력이 회복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회복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고용이 늘어나고, 내수가 회복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경제 사이클이 되살아날 것이다.

경제 백년대계를 위해 건강한 선순환 시스템을 정착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