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국민토크人] '분홍돌고래'의 영화감독 조연수를 만나다


 

 지난 7월1일 2009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영화작품이었던 <분홍돌고래>가 개봉했다. <분홍돌고래>는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영화 중 처음으로 극장 개봉까지 성공한 작품이다. 상업영화를 포함해 1년에 30여 편 정도가 개봉하고 있는 한국영화시장 상황을 감안한다면, 학부생의 작품이 극장 개봉을 한 사실은 여간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놀랄 일의 중심에는 영화감독 조연수(연극영화과 06)가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셨던 부모님 덕분에 다양한 영화를 접하고 자랐다. 늘 방안에 비디오테이프가 쌓여 있던 그에게 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른다. 내가 매일 하고 싶은 게 영화이기에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지원했다고 말하는 영화감독 조연수.  2009년 여름, 그가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낸 <분홍돌고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도록 하자.

박: 졸업 영화였던 <분홍돌고래>가 씨네마루랑 아리랑센터에서 상영되고 있고, 청소년 국제 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어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조: 사실 학부생 졸업영화가 극장 상영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목표는 개봉이지만 사실 만들 때는 극장 개봉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잘 풀려서 너무나 좋아요. 영화제에서는 가족단위로 보러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GV(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질문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다음 영화 상영시간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어요.
 아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서 좋고, 학교 다닐 때 꿈이었던 게 이루어져서 기뻐요. 또 우리 과에서 첫 개봉이라서 그런지 교수님들께서 전화하셔서 축하해주셨어요. 학생일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에요. 근데 아직 극장 스코어(관객 수)는 못물어보고 있어요.(웃음)


박: <분홍돌고래>라는 영화를 구상했던 건 언제부터였어요?
조: 2학년 때부터 기획을 했었어요. 개인적으로 찍으려고 준비하던 작품이었는데 캐릭터를 구체화시키고 생각날 때마다 이것저것 적어 내려갔죠. 저도 장편인지 단편인지 몰랐는데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장편이더라고요. 1년 반에서 2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박: 개인적으로 분홍돌고래를 좋아해요. <분홍돌고래>라는 소재를 영화에 쓴 이유가 있어요?
조 : 원래 맨 처음에 초고를 썼을 때만해도 제목이 분홍돌고래가 아니었어요. 단지 ‘구체적인 무언가가 찾아가야 한다.’는 컨셉만 잡은 상태였어요. 그렇게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찾다가 분홍돌고래가 떠올랐어요.
  분홍돌고래가 아마존 강에 살고 있는 이유가 아마존 강으로 들어왔다가 지반이 융기 되서 바다로 못 돌아갔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분홍돌고래의 상황이 무언가를 찾아가고 싶어 하는 인물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인물들에게 한국에 없는 걸 찾아가게 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분홍돌고래라는 소재가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박: 장애와 에이즈, 살인자라는 아픔을 가진 세 사람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였는데, 이런 캐릭터를 특별히 설정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조: 현실적으로는 강한 캐릭터예요. 하지만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가 보다는 세 사람이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닮아가고 다른 걸 찾아가는 걸 그리고 싶었어요. 영화에서 보면 한 사람이 자신의 아픔들을 이야기 할 때 다른 두 사람은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반발심이 일어나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불구하고 그렇게 그리고 싶었어요.


박: 주인공이 갈 수 없는 아마존의 분홍돌고래를 만나러 간다고 하는 것이 조금은 마음 아팠어요.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잖아요,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었나요?
조: 아마존에는 분홍돌고래가 사람을 잡아간다는 현실과 반대되는 전설이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사람이 분홍돌고래를 잡아야하는데, 분홍돌고래가 사람을 잡아가는 거지요. 영화 안에서 분홍돌고래에게 찾아가서 이야기하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전설은 제가 만든 건데, 현실과 반대되는 분홍돌고래의 전설을 통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싶었어요.
 또 영화에 보면 할아버지가 하는 대사 중에 ‘무언가를 찾는 것보다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게 있어요. 그게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였어요. 그리고 영화를 통해 전혀 다른 세 인물이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전혀 몰랐던 사라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로를 의지하는 상황을 그리고 싶었어요.

박: 영화의 주인공과 스태프들이 대부분 국민대학교 학생들인데, 캐스팅부터 촬영까지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조: 지원이 역을 맡은 수현이 같은 경우에는 원래부터 쓸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수현이는 동기라서 많이 알다보니 수현이의 캐릭터를 가지고 와서 쓰기도 했고요. 화분은 신체적 연기가 필요하다보니 여러 사람 오디션을 거쳤어요. 그러다가 결국 제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저에게 전화를 자주해 화분역을 하고 싶다고 했던 호영이한테 돌아갔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한 게 참 고마웠어요.
 지혜랑 성복이는 시나리오를 보여줬는데 자기 대사가 어딘지 못 찾는 거예요. 단역이라 제가 페이지를 찾아주고 이 역할이라고 말해주었죠. 단역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흔쾌히 출연에 응해줬어요.


박: <분홍돌고래>가 졸업작품이었는데, 수업시간에 시나리오를 보고 교수님들은 어떤 반응이셨는지 궁금한데요?
조: 원래 맨 처음에는 잔잔한 극이 아니었어요. 원래 지원이 병을 드러낼 때가 문제였는데,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지 어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튀는 설정은 좋지 않다고 교수님들께서 조언해 주셨어요. 교수님의 조언을 듣고 잔잔한 지금의 극이 되었어요. 졸업영화는 4학년 제작실습이란 과목에서 준비하는데, 김영남・서정일 교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박: 영화에서 보면 배우들이 직접 부른 OST 인상적이었는데, 음악작업은 어떻게 했어요?
조: 원래 영화 OST가 영화 때문에 만들었던 게 아니에요. 시나리오 작업을 다 했을 때였는데, 저희과 08학번인 친구 기숙사에서 기타를 치고 놀았던 적이 있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만든 노래를 듣고 제 영화에 너무 어울릴 거 같아서 부탁했죠. 선뜻 흔쾌히 응해줬고, 그래서 고마웠어요.


박: 사실 졸업영화 찍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어렵잖아요. 장비나 동기들 출연료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조: HD카메라나 영화에 필요한 장비는 학교에서 사용해서 그렇게 많이 안 들었어요. 출연료 같은 경우에는 한태일 선생님 같은 중견 배우분들은 출연료를 드려야 했어요. 그래서 먼저 수현이나 호영이 등 동기들한테 양해를 구했어요. 힘들게 제작하는 영화인만큼 선생님들과 똑같이 대우는 못해줘서 조금이라도 주고 싶다고 했는데, 다들 그 돈으로 나중에 영화 끝나고 회식이나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런 마음들이 너무 고마웠죠. 


박: 영화 개봉소식에 출였했던 동기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조: 다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났죠, 특히 주연배우들 같은 경우에는 제 영화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데뷔작이 된 거니까요. 요즘은 인터뷰도 하고 예전보다 조금 바쁜척해요.(웃음)


박: 졸업하자마자 졸업작품이 개봉했어요.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이 더욱 기대되는데, 어떤가요?
조: 일단 <분홍돌고래> 를 해외영화제 출품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준비해서 잘되면 재개봉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좀 더 멀리 본다면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만나서 나라에 상관없이 영화를 작업해보고 싶어요. 그런 걸 계기로 세계에 한국 영화가 더 알려지고 발전될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박: 마지막으로 영화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이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  영화를 너무 꿈처럼 이상향처럼 생각하고 한다는 느낌을 많이 봤어요. 현실적으로 바라 볼 건 바라보고 노력할 건 노력하고 이제는 우리에게는 꿈과 일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싶어요. 현장에 나가보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많아요. 그 사람보다 조금 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노력해야하지 않을까요? 또 영화만의 지식보다는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2009년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들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분홍돌고래>. 그 열정의 씨앗을 심은 영화감독 조연수. 앞으로 그가 여름날의 햇살보다 더욱 밀도 높은 열정있는 영화감독이 되길, 국민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영화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더욱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