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국민대웹진unik-스페셜]MBC앵커 김주하


uniK : 밤 12시부터 방송되는 <뉴스24>의 단독 진행을 맡고 계십니다. 새벽 2시에 일과를 마치고 귀가 후에는 수면 시간이 3~4시간밖에 안 된다고 하시던데요. 일반적인 생활 패턴이 아니기 때문에 늘 피곤하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김주하 :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할말이 없어요.(웃음) 잠 부족, 그건 고쳐야 해요. 잠을 못 잔 건 ‘오늘 내가 세 시간 밖에 못 잤으니까 내일 열 시간 자면 되겠지’가 안 된다 하더라고요. 이미 건강을 깎아 먹고, 날아간 거라고요. 그 후에 자는 건 보충되는 게 아니래요. 지금껏 ‘주말에 몰아서 자지 뭐’ 하는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저도 내일 모레 마흔이다 보니까 몸으로 느껴요. 그래서 요즘은 새벽에 트위터를 안 하잖아요. 그거 하면 더 안 자요, 그거 보느라고…

uniK : 트위터로 불면증을 많이 호소하시더라고요.(웃음) 잠이 안 올 땐 주로 뭘 하시나요?
김주하 : 잠을 못 이룰 때 그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새벽에 동 트는 걸 보면서 누워있으면 머리에서 막 김이 나는 것 같아요. 책을 본다거나, 하다 못해 청소나 빨래라도 해야 직성이 풀려요. 어차피 낮에 할 거 지금 하자!(웃음) 그럼 낮엔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uniK : ‘대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앵커 1위’, ‘닮고 싶은 여성 1위’ 등 앵커님을 수식하는 타이틀이 정말 많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부담스러우실 것도 같네요.
김주하 : 부담스러워요.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예전에 제가 ‘닮고 싶은 앵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그 영광을 ‘나’에게 준 것이 아니라, 9시 뉴스 앵커라는 ‘자리’에 준 거라고 생각했어요. 대대로 9시 뉴스 앵커에게 주었으니까!(웃음) 만약 내가 9시 뉴스 앵커를 그만 두고도 그렇게 불러 주신다면 난 그때 감사하겠다고 말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봐주신다면야 정말 영광이죠.





uniK
: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으신가요?
김주하 : 많죠.(의미심장한 웃음) 이건 한 시간 강의도 모자랄 텐데? 여대생들이 꿈꾸는 동등한 평등은 존재할 수가 없어요. ‘출산’의 이유가 가장 커요. 회사를 떠나 있는 것이 단순히 쉬고 육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놓음으로써 내가 프로페셔날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고, 또 그런 느낌을 다른 사람도 받거든요. 일과 출산을 양립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줘야 해요.

uniK :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된 지금과 현재, 뉴스와 사회를 보는 눈에 변화가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주하 : 이건 시청자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객관적으로 앵커가 사실만을 전달하느냐, 감정을 담을 것이냐, 사실 아직도 논란이에요. 저는 사실 감정을 담고 싶어하는 앵커로서 변화가 있다면, 감정이 아주 많이 실리죠!(웃음) 결혼 전과 후는 사실 큰 변화가 없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일이나 삶을 대하는 모든 태도가 변하게 되어 있어요. 내가 뉴스를 할 때 묻어나는 멘트도 달라질 것이고 같은 멘트를 해도 아마 느낌이 다를 거예요. 예를 들어 유치원 아이들을 선생님이 폭행을 했다든가, 가혹한 행위를 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예전에는 ‘아 이런 일도 있었구나, 이런 나쁜 사람들…’ 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눈물부터 나는 거지요.

uniK : 하지만 그 3개월 간의 휴직 기간 동안 앵커님은 책을 한 권 쓰셨잖아요?
김주하 : 미친 거죠.(웃음) 겁이 없었죠. 시간 남는 걸 원래 못 보는 성미라, 그 시간이 남으면 제가 주체를 못할 줄 알았어요. 애가 두 시간 마다 깬다니까 ‘그럼 나는 두 시간 동안 뭐하지?’ 이 생각을 한 거예요. 아주 무모한 일을 한 거였죠.(웃음)





uniK : 앵커님께서는 2005년 국내 텔레뱅킹 보안의 허술함을 짚어낸 연작 취재로 그 해 말 MBC 특종상까지 받으셨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일화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김주하 : 비록 기자는 그때 ‘초짜’였지만 그래도 좀 다행이었던 게, 뉴스를 오래 했잖아요? 앵커를 했다 보니까 뉴스에 대한 감이 있는 거예요. 그때 경찰 기자 우두머리였던 저희 캡틴이 ‘이거 안 된다’고 했을 때 끝까지 물고 늘어졌어요. 이건 수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시만 해도 이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들을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게 한번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 손 봐야 할 데가 너무 많았으니까요.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하는 문제 때문에, 전체 은행들에서나 금감원에서나 그냥 묻어버리고 싶어했던 거지요.

uniK : 취재 자체를 포기했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네요?
김주하 : 저는 포기가 빠른 편이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될 것 같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요.(웃음) 경찰 수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하나마나라고 주장한 이유도 실은 사람들이,  별 문제가 안 되니까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거란 얘기죠. 그래서 수사하라고 경찰서에 계속 쫓아갔어요.(웃음) 크레인 타고 올라가서 전봇대에 설치돼 있는 전화단자함까지 열어보고… 텔레뱅킹으로 6000만원을 잃은 한 기업체 사장님의 억울한 피해를 취재하면서, 이전에 종종 남의 집 전화단자함에 선을 연결해 국제전화 사용이나 게임 요금 등을 결제하는 범죄가 있었다는 점에 착안했던 거지요. 해당 업체의 전화선들만 깨끗하게 닦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잭을 연결해보니 그 업체에서 거는 모든 전화 내용이 잡음 하나 없이 들리더라고요. 도청을 하면서 텔레뱅킹을 이용할 때 누르는 전화기의 버튼 음을 다시 숫자로 바꾸는,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수법이었던 거지요.

uniK : 텔레뱅킹 보안 문제와 관련한 보도가 있은 바로 다음 날, 은행들은 보안 카드의 숫자 조합을 복잡하게 만들고, 금감원에서는 보안 등급을 3등급으로 분류하는 등 각종 보안 강화 조처들이 취해졌죠. 취재 과정에서 앵커님은 얼굴이 알려진 데 따르는 고충으로 ‘사람을 사서’ 취재하시고, 개인 돈을 날리시는(?) 등 취재 과정에서의 고충이 크셨을 텐데요.
김주하 : 전화 버튼 신호음을 숫자로 바꾸는 그 장비를 사려고, 후배 기자에게 돈을 줘 청계천에 보냈는데 2번이나 사기를 당하기도 했죠. 60만원을 그냥 날렸어요. 아, 또 열 받네!(웃음)





uniK : 국민대학교 학생들이 트위터를 통해 물어온 질문입니다. 예비 기자 지망생들이 이것만은 갖추었으면 좋겠다 하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김주하 : 음… 뉴스를 볼 때 젊은 기자들이 나와서 마치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막 지적을 하는 식으로 리포트 하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통 대학을 졸업하고 언론 고시 보느라 1~2년 세월 동안 공부만 하다 온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사회 경험이 없이 맞닥뜨린 상황에 대해서 처음으로 받은 느낌을 가지고 많은 국민들에게 보도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어폐가 있다고 봐요. 그래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냥 단순히 책, 인터넷으로 얻은 지식으로 세상을 보고 리포트를 하는 건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당사자가 봤을 때 많이 부끄러울 거예요. 선배들한테도 그런 얘길 많이 들어요.

uniK : 앵커님이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하신 후 사내 시험을 거쳐 기자로 변신하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요?
김주하 : 기자로 전직한 이유는, 제가 꿈꾸던 앵커와는 괴리가 있어서였어요. 단순히 아나운싱만 해서는 정말 그 뉴스 현장에 들어가 호흡하는 앵커가 될 수는 없더라고요. 물론 현장에 가보지 않은 앵커가 능력이 부족하다든가 하는 얘기는 아니에요. 아나운싱 전달과 취재력은 어디까지나 구별되어야 하죠. 저는 단지 경험을 통해 ‘내가 가진 시력에 맞는 안경’을 쓰고 싶었던 거예요.

uniK : 사실 아나운서도 체력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매우 바쁜 직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사내 시험에까지 응시를 하시는 그러한 추진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가요?
김주하 : 저는 좋게 말하면 꿈을 크게 갖는 사람이에요. 우선은 그냥 일을 저지르고 보는 거죠. 막상 일을 저질러 놓고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헥헥’거리다 보면 못해도 절반은 가는 거죠. 저는 제 성격을 알아요. 그냥 놔두면 푹 퍼지니까 어떻게든 남는 시간에 뭘 하려고 막 던져 놓는 거예요.

uniK : 방송으로 보는 앵커님의 이미지와는 어쩐지 괴리감이 있는 것 같네요.
김주하 : 글쎄, 방송에서의 이미지가 그렇게 나쁜가?(웃음) 뉴스라는 틀 속에 있으니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요?




uniK : 사회의 중요한 이슈를 발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김주하 :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이에요. 관심을 안 가지면 앞에서 지나가도 몰라요. 저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의 모든 뉴스가 우리와 연관된 것이거든요. 환경에 대한 이슈도 결국은 인간에게 피해가 가니까 걱정하는 거예요. 하다못해 지나가다 멋진 시계를 봤어요, 내가 누구를 좋아해요, 그러면 그 시계를 보면서 ‘아, 그 사람이 저걸 하면 어울리겠지?’ 바로 연관을 짓게 되어 있어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기에게는 소용이 없는 왠 남자 시계에 관심을 갖겠어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뭐든지 연관을 짓고 그게 결국 기사가 되고, 뉴스가 되는 거예요. 관심을 가지면 이슈는 저절로 만들어지고 보이게 돼 있어요.

uniK : 앵커님께서 매주 수요일마다 올렸던 ‘한지수요일입니다’라는 멘션이 기억납니다. 처음에는 ‘한지수요일’이 뭔지 몰라서 검색을 해 보기도 했었는데요. 알고 보니 온두라스에 억류된 한국 여성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셨더군요. 그러한 사회적 이슈를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주하 : 우리 언론이 너무 무관심한 면이 없지 않았죠. 언론은 사실 시청자나 구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쏟게 돼 있어요.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결국은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결과가 너무 좋았죠.

uniK : 단순히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나요?
김주하 : 책임감보다는 우리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회성으로 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제가 그걸 매일 할 수는 없었고요. ‘한지수요일’ 하면 운율도 맞고, 매주 수요일마다 잊지 않고 할 수 있으니까.

uniK : 말씀하신 대로 한지수 씨가 무사히 석방돼 귀국한 지가 좀 지났는데,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김주하 : 고맙다는 연락이 트위터를 통해 왔어요. 저도 기쁘게 화답했고요. 회사에서는 둘이 인터뷰를 진행한다거나 하는 그런 환상을 갖는 것 같던데, 그런 목적에서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절했지요. 그 분이 풀려 나왔으면 된 것이지, 그게 “내 공이오~” 하는 것도 웃기잖아요? 오히려 제 멘션에 반응해 준 많은 트위터리언 분들이 훨씬 더 고마운 거지요.





uniK : 트위터가 향후 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시나요?
김주하 : 작년 가을이었나요? 물난리가 났을 때, 그때 제가 물난리가 났다는 사람들의 멘션을 리트윗 해준 것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았다며 저한테 감사의 인사를 해 오셨어요. 이를 테면 주차를 해놔서 하마터면 차를 버릴 뻔 했는데 미리 알게 돼 차를 뺐다는 등의,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죠. 물난리 당시 어떤 분께서 이런 멘션을 해오셨어요. “지금 난리가 났는데, 방송 3사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어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렇다고 당장 속보를 내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요. 기자들과 중계차가 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시간도 없고.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게 되었던 거예요. 그 일을 계기로 해서 ‘1인 미디어’라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uniK : 트위터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고도 보시나요?
김주하 : 트위터가 소통의 장이라고 하는데, 전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인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까요. 내가 듣기 싫으면 ‘언팔’ 하잖아요? 물론 그 중에는 ‘아, 이런 것도 있구나!’하고 받아 들이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거, 내 의견하고 맞지 않으면 비판하고, 받아들이기는 커녕 멀리 하고… 그건 진짜 소통은 아니죠.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쉽죠.

uniK : 앵커님께서는 향후 1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주하 : 사람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잘 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10년 후 제 소원은 이 자리에 있는 거예요. 그러나 우리 직업이 슬프게도, 내가 하고 싶고 잘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청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모르죠.(웃음)



[김주하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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