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_ 국어국문학과 강의 구비문학답사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새로운 것에 매달리는 사람들. 우리는 새 것을 쫒느라 옛 것을 잃어간다. 하지만 손을 놓고 시간만 흘러 보내다가는 앞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옛 것들이다. 나중이 되어 후회하기에는 옛 것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도 크다. 그래서!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세상 곳곳에서 앞장서, 옛 것을 보존하려 힘쓰고 있다. 국민대에서도 우리의 옛 이야기, 옛 소리를 보존하려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과 교수님들. 지금부터 그들의 '구비문학답사', 우리 이야기문학 사랑 얘기를 들어보자.

 

 국어국문학과의 '구비문학답사'는 수강 학생들과 교수님이 함께 현장에 들어가 3박 4일간 구비문학 자료를 모으고 지역을 답사하는 전공 수업이다. 많은 학교에서 구비문학에 대한 강좌를 진행하고, 문학답사를 나서지만 국민대학교의 '구비문학답사'는 조금 특별하다.

 구비문학을 자료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문자로 기록하는데, 때문에 문학 그 자체로 온전하지 못하게 된다. 말 그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비문학만의 특징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구비문학답사'는 실제 구연된 구비문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직접 듣고, 녹음하고, 말 그대로를 기록해낸다. 국민대에서 이를 목적으로 본격적인 수업을 개설한지는 벌써 30여년이 되었다. 전문적인 자료를 만들어내고 단행본으로 펴내는 작업을 하는 것은 국민대 국어국문학과가 전국에서 유일하다. '구비문학답사'는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답사를 시작하여 매 해 한 번씩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현재 강의는 국어국문학과 노영근 교수님이 담당하고 있다. 

 

 2011 구비문학답사지는 전라북도 진안군으로 선정되어, 지난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었다. 답사를 출발하기 전, 교수님과 학생들은 답사지역의 지역현황, 위치, 역사, 기후, 문화재 현황까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 2011년 구비문학 답사 일정은 다음과 같다.

 3월 28일 (월) : 학교 출발 - 진안군 도착 - 각 조별 조사지역 도착 - 이후 각 조별로 조사활동 시작
 3월 29일 (화) : 각 조별 조사활동
 3월 30일 (수) : 진안군 도착 - 전체 집합장소 도착 - 저녁식사 후 각 조별 보고 - 전체모임
 3월 31일 (목) : 진안군 출발 - 학교 도착 

 서른일곱명의 학생은 여섯 개의 조로 나뉘어 진안군에 속한 면 단위로 각기 답사를 했다. 사전조사와 사전답사를 통해 구체적인 지역을 선정하고 각 마을의 이장님들과 주민 분들을 만나 답사 허가를 받았다. 실제 답사 때에는 각 마을의 노인회관이나 마을회관에서 머물렀다. 취사도구 및 식량 등의 준비물은 학생들이 직접 준비했다.

 조사의 영역은 구비문학의 전 영역이다. 따라서 크게는 설화 민요 무가가 주가 되고, 탈춤, 판소리, 꼭두각시놀음, 속담, 수수께끼 등의 기타 구비문학도 모두 조사해서 보고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 현지인들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담아 와야 하기 때문에 녹음기는 필수 준비물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계획을 소화해 내야하기에 구비문학 현지조사계획서로 그때마다 답사 사항을 꼼꼼히 체크해야하고, 수집과 채록 시에도 제보자 기록카드를 작성하거나 카메라로 제보자 사진을 남겨야한다. 따라서 각 조는 사진담당, 기록담당, 녹음담당의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채록은 주민들의 가정을 직접 방문, 알림 방송을 통한 주민 모임을 통해 이루어졌다. 올 해에도 역시 많은 진안 군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주민 분들은 귀한 손님맞이 하듯 반겨주시고, 종종 먹거리를 내어주시기도 했다. 채록은 실제 담소를 나누듯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야기의 수가 줄어가고 있지만, 2011년 구비문학답사에서는 진안군만의 새로운 구비 이야기들이 수집되었다. 여러 번의 채록을 거쳐 답사가 끝나니, 학생들과 그들이 만난 많은 진안군 사람들은 단지 조사자와 조사대상의 관계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손녀 사이처럼 친밀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나라 (국어국문 10) 생전 처음 가보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일주일을 보낸다는 게 무섭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답사를 가보니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친 손자에게 옛 이야기를 해 주시듯 편한 느낌이었습니다. 답사라기보다는 외갓집에 다녀온 푸근한 기분입니다.

 이은혜 (국어국문 10) 처음에는 답사라는 생각에 걱정되고 부담되었는데, 사전답사부터 시작해서 예상외로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돌아 올 때는 고향같고, 내 집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한참을 향수병에 걸려버리기도 했답니다. 

 답사가 끝난 후에도 구비문학답사 수업은 계속된다. 학생들은 각 조에서 기록과 녹음으로 수집해온 자료들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에 각각 이름을 붙이고, 답사지역이나 관련정보를 기입한 다음 이야기 전체를 그대로 기록한다. 긴 작업이 끝이 나면, 학생들의 이름과 도움주신 분들의 이름이 새겨진 한권의 보고서가 완성된다.

 학생들은 강의를 통해 단순히 구비문학 자료를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생활의 특별한 추억을 얻는다. 또한 실제로 옛 문학을 만나는 즐거움을 배우고, 가만히 앉아서 하는 학문이 아닌, 직접 경험하는 학문의 재미를 실감하게 된다. '구비문학 답사' 는 이처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하면서, 사라져가는 옛것의 가치와 소중함까지 깨우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