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술 없는 MT> 새로운 MT 문화를 일구다!


 

 

대학교 MT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흔히 MT라고 하면 밤새 술을 마시고 아침에 널브러진 채 잠든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음주가무로 날이 하얗게 새도록 술을 마시는 것이 MT에 대한 고정관념이어서, MT는 ‘마시고(M) 토하고(T)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겟 소리도 있다.

술에 찌든 대학가의 MT문화는 대학사회 안팎에 지탄과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술 없는 MT문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수업이 우리 국민대학교에서 생겨나고 있다.

지금 소개할 MT에는 이런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먼 특별함이 있다. 우리대학 교양과정부의 <인생설계와 진로>, <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피치와 토론> 수업이 그것. 이 수업에서는 이미 오랜 전부터 ‘술과 거리가 먼 MT' 문화를 일궈오고 있기로 유명하다. 이 수업에서는 이번 학기부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놓고 ’즐거운 MT문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왜 이런 운동을 전개하시나요?

수업의 일환으로 매 학기 MT를 가는데, 술에 찌든 대학가의 MT문화가 너무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MT촌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한숨을 내쉬고 혀를 칠 정도로 한심한 수준입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시작되는 대학생의 술 문화는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어요. 술 때문에 생명을 잃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죠. 그런데도 누구 하나 이런 관행을 끊어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학생회가 술을 싸게 공급할 정도니까요. 대학이 이런 문화를 훈련시키는 한 우리 사회가 술을 권하는 사회를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젊은 세대가 이래가지고는 퇴폐적인 사회문화를 비난할 수가 없습니다.

 

- 술을 한 잔씩 서로 주고받는 것이 사회생활에 필요하지 않나요?

물론 한 두 잔의 술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문제는 강제로 술을 권하는 점입니다. 교수가 제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강제로 술을 권하는데 제자나 후배는 그걸 거역할 수가 없는 게 현재의 상황입니다. 그리고 친구 간에도 게임을 하면서 걸릴 때마다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합니다. 게임에 빠질 수도 없고, 술을 안 마실 수도 없습니다. 소수가 주도하는 이런 강제적인 문화 때문에 고충을 토로하는 대학생, 학부모들이 너무 많아요. 사회생활의 기본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인데, 이런 건 상대방에게 대단히 실례가 되는 행동입니다.

 

- 왜 대학가에 강제로 술을 권하는 문화가 이처럼 기승을 부리게 됐나요?

먼저, 젊은이들이 진로와 취업, 학업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풀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죠.

또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를 알지 못해서에요. 청소년기에 입시 준비로 잘 노는 훈련을 받지 못한 게 원인이죠. 별 준비 없이 시간 보내기에는 술 강제로 마시게 하는 놀이처럼 쉬운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들의 무관심, 무책임이 원인입니다. 적어도 서클의 지도교수나 수업의 담당교수는 MT가 즐겁고 알차게 진행되도록 책임을 지고 지도할 책임이 있어요. 그런데도 학생들에게 모든 걸 다 맡겨 버린채 MT를 방치하거나, 학생들에게 술을 강제로 권하는 건 문제죠. 물론 학생 스스로 판단하여 그런 술자리에 참석하는 건 학생 자신의 권리이고 책임입니다.

 

술 없는 MT, 만들고 싶어도 술 없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의용 교수님은 술 없는 MT, 즐거운 MT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제시한다.

 

 

 

 

< 대학가의 강제로 술 권하는 문화, 술에 찌든 MT문화 바꾸기! >

 

1. 어떤 행사든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행사명, 시간표, 예산서를 명확하게 만들 수가 없다. 명확한 목적을 세우고 그에 따라 시간표와 예산서를 만들어 그대로만 한다면 그 행사는 최소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2. 목적에 맞는 행사 이름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담당하는 수업에서는 작년부터 'MT'라는 말 대신 ‘워크숍’을 쓰고 있다. 수업 일정표에 포함된 공식적인 야외 수업이기 때문이다.

3. 철저하게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교수가 학생 중에서 준비위원을 선발하고, 행사목적에 맞게 시간표와 예산서를 작성하도록 지도하고, 담당자를 두어 철저하게 준비를 해나가도록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4. 공금을 공정하게 사용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사전에 수립한 예산에 따라 지출하도록 하고,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공개적으로 결산을 하게 해야 한다. 특히 공금을 공사를 구분하여 공정하게 집행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우리 수업에서는 비흡연자가 낸 회비로 담배를 구입하고, 술을 먹지 않는 비주류가 낸 회비로 술을 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토론을 하였다. 그 결과 비흡연자들과 비주류학생들이 회비로 술을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동의를 하였다. 그래서 흡연자가 담배를 개인적으로 준비하듯, 술도 음주자가 개인적으로 준비하도록 하였다.

5. 사전에 준비한 충실한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정해진 시간표대로 운영해야 한다.
MT장같은 야외 수업장에서는, 시간과 공간적 제약 때문에 강의실에서 할 수 없었던 프로그램을 시행해볼 수가 있다. 필요하다면 외부 강사도 초빙하고, 장비도 제대로 갖춰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프로그램 진행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주되, 즐겁게 조별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재료들을 제공해줘야 한다.

6. 무엇보다 교수의 책임 있는 지도가 중요하다.
행사 당일에도 지도교수가 반드시 참석하여 계획대로 진행이 이뤄지도록 살펴야 한다. 교수의 의지만 있다면 대학가 MT의 술 권하기 문화는 어렵지 않게 바꿔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설계와 진로' 수업을 통해 이번 엠티에 참여한 김기현(체육학과, 08) 학생은 "엠티하면 술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그런 틀을 깬 것 같아서 굉장히 새로웠고, 술이 없으니까 사람들과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더이상 '마시고 토하는 MT'가 아닌 진정한 멤버십트레이닝(Membership Training)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다. 앞으로 이러한 '즐거운 엠티문화' 캠페인을 통하여 모든 학생이 즐길 수 있는 엠티가 더욱 확대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