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기획특집

내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D2B 디자인페어 대상 임혜원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디자인을 찾아 헤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옆이 아니라 앞뒤로 넓은 책상, 심플한 서랍, 수납공간이 많은 화장대 등등.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을 것 같은데, 내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의 가구나 제품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이러느니 내가 하나 만들고 말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내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여기 그 꿈같은 소망을 이룬 국민*인이 있다. 바로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제품시스템디자인전공 임혜원 학우다. 그녀는 지난 2015년 12월 D2B (Design to Business) 디자인페어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수상한 작품에 대한 디자인권을 손에 쥐고 기업과 연계해 상품화를 진행하는 단계에 있다. 내 디자인한 제품이 진짜 상품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이다.

 

 

Q. 혜원 씨, 대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D2B 공모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D2B(Design to Business) 공모전은 공모자가 기업을 선택하고, 해당 기업에서 선택한 주제에 맞는 디자인을 출품해 심사하는 이색 공모전입니다. D2B가 다른 공모전과 차별화된 점은 자신의 디자인을 상품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디자인 공모전은 수상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D2B에서 수상하게 되면 해당 기업의 수석 디자이너와 직접 만나 멘토링 작업을 거쳐서 상품화까지 나아갈 수 있어요. 실무에 계신 디자이너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죠. 저는 학부 때부터 이 공모전에 여러 번 출품을 했었는데 매번 입선에 그치다가 이번 2015년 D2B에서 대상을 받게 됐어요. 지금은 시상식까지 마친 상태고, 제가 지원한 중국 가전제품 기업 ‘메이디’와 상품화 단계를 진행 중입니다.

 

Q. 대상 수상 작품인 'storage fan' 은 어떤 선풍기인가요?

중국 가전제품 기업인 ‘메이디’가 내놓은 이번 주제는 선풍기였어요. 그런데 선풍기에 대한 아이디어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다이슨(dyson)사의 날 없는 선풍기잖아요. 워낙 획기적인 아이디어기도 하고 기술력도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여서 다른 방식에서 차별화를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풍기를 쓸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뭘까 고민했죠. 선풍기를 쓰면서 보관하는 게 참 번거로웠어요. 매일 방 어딘가에 두면 날에는 먼지가 쌓이고, 매번 덮개를 챙기기도 번거롭잖아요. ‘날을 유지하되 먼지가 쌓이지 않고 보관이 용이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원통형으로 디자인해 헤드를 접어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어땠나요?

우선 1차와 2차로 나눠서 이야기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차 때는 간단한 스케치나 그래픽 작업으로 공모를 진행해요. 학부 때 했던 D2B 공모 경험을 통해서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것을 잘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작품에 대한 성실도나 완성도도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죠. 비슷한 아이디어라도 조금 더 잘 표현되고 차별화된 점을 부각시키면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1차에서 10명이 선발되면 2차에서는 썸머스쿨과 멘토링 작업을 진행해요. 기업의 실무진과 직접 만나서 멘토링도 받고, 디자인권에 대한 수업도 받고 하는 방식이죠. D2B 공모전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일대일 멘토링에서는 제 디자인 작품에 대한 조언을 많이 받았죠. 이 디자인을 이런 이유 때문에 수정, 보완하면 좋겠다. 너의 특징은 이러니까 이걸 부각시킬 수 있도록 이렇게 바꾸라는 식의 조언들이요. 디자인 감각을 기르는데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 작품에는 원래 바퀴가 없었어요. 그런데 소비자의 편의와 이동성을 위해서 바퀴를 추가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받아들였어요. 

Q. 상품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일단 제가 디자인한 상품이 선풍기다 보니까 실제로 상품화하기 쉬운 제품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종이나 패키지 상품은 쉽게 만들고 제작 단가가 저렴한데 전자제품은 그렇지 않잖아요. 제품을 만들기까지 생각보다 엄청난 과정과 시간이 필요해요. 그래서 현재 수석 디자이너 분이 중국에서 기업과 실제로 제작 가능하고 수익이 있는지 상품화를 위한 단계를 진행 중이에요. 또 최소 간격이나 표면 처리 같은 엔지니어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해야 해요. 정말 쉽게 되는 과정이 아니더라고요. (웃음) 그런 과정 때문에 제가 D2B 디자인페어에서 제안한 디자인이랑 상품화에 쓰는 디자인이 완전히 같지는 않고 수정 작업을 거쳐야 해요.

 

Q. 이번 작품을 디자인을 할 때 가장 고려했던 점이 있다면?

모든 디자이너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실용성과 심미성인데요.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눈에 예쁘지 않으면 손이 안 가게 되더라고요. 외적으로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반대로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실용성이 없으면 쓰지 않게 되잖아요. 그건 예술이지 제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 요소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품마다 특징이 다른데 간단한 기능 제품 같은 경우 심미성이 큰 경쟁력이 될 수 있죠. 기능이 메인이 되는 제품이 있고 형태가 메인이 되는 제품이 있잖아요. 선풍기는 기능이 더 메인인 것 제품이에요. 디자인보다는 기능 위주의 제품인데 그런 면에서 선풍기에 또 다른 기능적 측면을 부가 한 거죠. 수납. 선풍기 아래 다용도 함이라는 다른 기능을 추가했어요.

 

Q.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대학원 수업이 있나요?

‘디자인 심리연구’라는 과목이 있어요. 디자인과 심리를 연계해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수업이에요. 수평적 사고, 수직적 사고를 다양하게 하면서 디자이너가 디자인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수업인데 그 수업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서 말했던 소통이나 사회적 입장이라는 측면에서요. 대학원에 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외부업체와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안에서 이론과 실전을 둘 다 경험해보는 거죠. 학부 때는 스타일링이나 포트폴리오 작업에 대해 세세하게 배웠다면 대학원에 와서는 디자인 기업 구조나 내부 사정에 대해 조금 더 직접적으로 배우고, 기업이나 실무진이 추구하는 방향까지 고려하게 됐어요.

Q. D2B 공모전을 통해 배운 점은?

제가 디자인 측면에서만 생각했다면 직접 기업과 이야기를 나누니까 어떻게 하면 상품화에 더 용이한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는지를 많이 배웠죠. 예를 들어서 이 부분에는 선풍기 헤드가 들어가야 하고, 높이 조절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등의 엔지니어적인 측면들이요. 물론 제 스스로 찾아보긴 하지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어떤 참가자들은 기업과 의견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실무와 디자인적인 측면을 결합시키는 것이 어떤 과정인지 보면서 배우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디자인이라는 것이 팀 작업이고 개인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능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 엔지니어, 마케팅, 대표, 생산자들의 이해관계를 다방면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의견을 들어봐야 하거든요. 결국에는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가장 중요하죠.

 

 

소통할 준비가 된 예비 디자이너 임혜원. 그녀는 색다른 아이디어와 더불어 디자인이 팀 작업인 것을 인지하고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여러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는 그녀의 눈은 진심으로 빛난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 ‘Storage Fan’을 시작으로 우리 주변에서 그녀의 손길이 닿은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