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교수님의 서재

Episode 05. 이대택 교수님 (체육대학 체육학부)

 





나에게 서재는 시공여행 장소이다
저에게 있어 서재란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시공여행 장소입니다. 우리네 인생은 그 자체가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행을 통해 몸과 마음은 새로운 경험을 하구요. 저는 서재에서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며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를 갖습니다.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 그리고 문학자, 철학자, 과학자를 만나기도 하고,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지요.

책을 선정하는 방법
제가 책을 선정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토요일마다 신문에서 북 섹션을 통해 책의 내용을 사전에 알아보고 선택하기도 하구요, 북 마스터가 추천하는 책들을 본다거나, 베스트셀러도 즐겨 읽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에는 헌책방에 가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찾아보기도 하고,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들러서 무작정 책장을 뒤적거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 책 찾기에 몰두하다보면 좋은 책을 찾게 되지요.

한시(漢詩)를 통해 깨달은 책의 깊은 맛
제가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서예학원을 보내 주셨습니다. 그렇게 서예를 13년간 배웠고요. 그 당시 저에게 서예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단순히 한자를 외우게 하시지 않고, 오랜 고전 한시를 모아놓은 ‘고문진보’라는 책에서 한시(漢詩)를 발췌하여 가르치셨습니다. 사실, 지금도 한시(漢詩)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그 당시 ‘고문진보’는 저에게 너무나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책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당시 그 내용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책만큼 참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많지 않다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던, 그리고 제가 항상 기억하는 책이지요.



우리의 생활과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환경생리학
저는 환경생리학이라는 학문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생리학이란 더위, 추위, 습도, 시차, 물성, 우주, 공해 등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동물이나 인간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학문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 생리학의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정보들은 굉장합니다. 환경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인간의 몸에 맞게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활용성이 우수한 영역입니다. 제가 환경 생리학 관련한 책들을 집필하게 된 이유도 이런 유익한 지식과 정보들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그들에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독서는 시공간 제약 없이 풍부한 경험을 선사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여행을 많이 해라. 사람을 많이 만나라. 책을 많이 읽어라.” 라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이 세 가지를 통해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경험' 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지요. 여행을 다니면서 마주하는 많은 경험들을 통해 ‘세상은 이렇구나.’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 사람의 경험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지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책은 여행을 떠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과는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책은 나를 변화시킵니다. 내가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결정 되지요. 책을 통해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게 되고, 나의 생각이 어떤 곳에 미치게 됩니다.



책 읽는 습관
예전 같으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다 읽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습니다. 제목 보고, 목차 보고,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읽습니다. 쭉 읽어나가다가 넘겨도 되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넘기기도 하구요. 책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다독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도 책을 집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나, 기억해야 할 구절이 나오면 포스트 잇으로 마크를 하기도 하고, 따로 기록을 해두기도 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고루 읽자
어른들은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음식을 가려먹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이 편식을 하면 건강해질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독서도 음식과 같습니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다양한 장르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 우리의 마음도 건강해집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 자신이 원하는 책만을 읽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독서를 통해, 우리는 남의 생각을 들어줄 수 있고, 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을 살찌우고, 지식을 팽창시키고, 관점을 넓히는 방법 중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야말로 다양한 장르의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이여, 꿈을 키우라
젊은이들은 꿈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꿈을 키워서 실현시키는 것이 인생을 사는 보람일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훨훨 높이 올라가 넒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선배들이 쓴 책을 간접적으로 먼저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도 잘 안 본다고 하는데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쉽게 많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심지어 성경도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법학을 하는 학생들은 법전도 볼 수 있습니다. 이동 중에 여러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만큼 놓치지 말고 다양한 책을 읽었으면 합니다. 옛날에는 없어서 책을 보지 못했지만 요즘은 자신의 필요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죠.

 

 

 

좋은 길은 좁을수록 좋고, 나쁜 길은 넓을수록 좋다
김수근 | 공간사 | 2005 | 성곡도서관 링크

김수근 선생은 건축가 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단지 건축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는 건축가이자 철학자이며, 예술가이자 문화를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상만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실용적인 과학도 보듬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이상, 그리고 그의 손을 거친 작품과 활동 등을 이 한 권의 책에서 엿볼 수 있으며, 현실과 이상을 함께 아우르는 그의 고뇌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가 단순히 건축만 하는 건축가가 아니었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사는 사회와 문화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있고 서로로부터 떼어낼 수 없음을 말해 주며, 이 한권의 책은 그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지
이지누의 집 이야기 | 이지누 | 삼인 | 2005 | 성곡도서관 링크

지금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 살림집과 그 집을 둘러싼 동네 골목길 등을 이야기 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단순히 집 이야기 같지만 읽어 내려가는 동안 우리가 지녀왔던 생활문화와 그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세상을 보는 우리 선조들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잊혀져가는 현대인의 자연 사랑과 인간성을 짚어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지누 선생의 전통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입담이 잘 살아있는 책으로 꼽고 싶네요.
 
제 친구들하고 인사 하실래요
조병준 | 그린비 2002 | 성곡도서관 링크

지은이 조병준은 여린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작은 것에 예민하고, 작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눈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받은 느낌입니다. 저자는 인도 ‘마더테레사의 집’에서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을 돕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어와 피부색을 떠나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화첩기행
김병종 | 효형출판 | 1999~2005 | 성곡도서관 링크

이 책은 전 4권으로 이루어진 미술가의 예술기행입니다. 그러나 예술작품만 설명한 책은 아닙니다. 꼭지마다 예인들에 대한 존경, 역사적 인물에 대한 소개, 국토에 대한 사랑, 음식과 문화에 대한 예찬이 이어집니다. 역사적 사실과 사진을 적절하게 첨부하여, 실제와 해설이 궁합을 이룹니다. 시대를 풍미한 작품이나 작가들뿐 아니라 잊힌 또는 알려지지 않는 인물과 작품에 대한 그의 애틋한 사랑도 보입니다. 혹시 어려운 글이 아닐까 걱정한다면 전혀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의 글은 조직적이면서도 수려하면서도 동시에 쉽게 읽혀 내려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