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글로벌포커스] 트럼프가 김정은에 할 위험한 양보

이란전 오판에 지지율 추락
중간선거 앞두고 北카드 꺼내
두 달 내 실질적 합의 어려워
金에 내주기만 하고 끝날 위험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8월 중순부터 미·북정상회담 이야기가 많이 돌기 시작했다. 정말 정상회담이 있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시나리오가 다시 언론에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감스럽게도 그 이유는 그저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인 야심과 미국 국내 정치 게임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불필요한 도전과 위기만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필자는 미·북정상회담을 지지해 왔는데, 불가능한 북한 비핵화 대신에 의미 있는 타협을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시설 일부를 철거할 경우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타협은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많이 감속시키고, 동북아의 상황을 덜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제기된 미·북정상회담의 배경을 보면, 의미 있는 타협의 가능성은 아예 없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근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외교 정책 위기에 빠졌다. 지난 2월 말 트럼프는 이란을 공격했을 때, 단시간 내에 이란 지도부를 궤멸시키고, 이란군을 마비시키고, 이란 내에서 반체제 민중 혁명을 유발해 쉽고, 빠르고, 비용이 별로 들지 않게 승리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이었다. 이란 정권은 붕괴 대신에 맹반격에 나섰고,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유가 상승을 초래했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고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가로막을 필요가 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 때문에 그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 국제 상황에 별 관심이 없지만 동네의 기름값을 잘 아는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와 공화당에 패배를 안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성공 혹은 성공으로 잘 포장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그는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서 이란 공격 실패를 어느 정도 잘 보이지 않게 만들고, 소박한 시골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희망이 있다. 바로 이것이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날 생각이 생긴 이유다.

 

트럼프는 이미 SNS에서 자신의 정책 때문에 북한이 미국을 조금도 위협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을 북핵 문제를 해결한 사람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언론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MAGA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가 김정은과 같이 찍은 사진은 트럼프의 지지 회복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트럼프가 사진을 찍을 기회를 중간선거 때까지, 즉 두 달 내에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짧은 기간에 의미가 있는 회담이나 타협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래도 아무런 결과가 없는, 사진을 찍기 위한 회담 자체는 큰 위협이 아니다. 제일 큰 위협은 북한 측이 미국, 정확히는 백악관이 이 회담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과 점심을 먹고 가벼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백악관에 그냥 주는 대신에, 막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일방적으로 양보를 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큰 외교 실패다.

 

물론 현 단계에서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북한 측이 갑자기 생긴 정상회담의 기회에 대해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고, 백악관도 유권자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북한 지도자와 사진을 찍는 것이 지지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제4차 미·북정상회담이 생길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의미 있는 타협을 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가,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