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연습은 내일로” “역시 장비빨”… 라운드 망치는 달콤한 꼬드김[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골프 악마의 편지

습관처럼 반복하는 나쁜 행동
큰 잘못보다 골프 망치는 원인

“파5는 투온·티샷 무조건 세게”
힘 자랑은 멍청함만 드러낼뿐

“업무의 연장” 계속 울리는 폰
전화 다 받으면 골프 못 즐겨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영화 ‘나니아연대기’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영국의 C S 루이스가 1942년에 발표한 책의 제목이다. 경험 많고 노회한 고참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새내기 악마이자 자기 조카인 웜우드를 위해 인간을 유혹하는 자신만의 영업 비밀(?)을 숨김없이 털어놓는 서른한 통의 편지로 구성됐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착하고 정직하게 살 수 있는지를 지루하게 설교하는 다른 책들과 달리 악마의 관점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신과 멀어지게 만드는 각종 방법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지금 봐도 그 발상이 매우 기발하고 신선하다.

 

스크루테이프는 조카에게 인간에게 살인이나 사기와 같은 흉악하고 큰 범죄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얘기한다. 오히려 일상의 삶 속에서 사소하지만 나쁜 생각이나 행동에 무심코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악의 구렁텅이로 이끄는 가장 손쉬운 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골프를 망치는 것도 결코 어마어마한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 평소 라운드에서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반복하는 나쁜 생각과 행동들이다.

 

다음은 이름하여 ‘골프 악마의 편지’다. 혹시 오늘도 당신은 악마의 달콤한 꼬드김에 솔깃해하지는 않았는가.

 

1. “스코어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유난히 스코어에 집착하는 골퍼가 있다. 매 홀 일희일비하다 보면 라운드를 망치기에 십상이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역설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2. “오늘의 연습은 내일로 미뤄.”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습뿐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급한 마음에 한 번에 몰아서 무리하게 연습하다 보면 다치기 쉽고, 효과도 별로다.

 

3. “실수는 절대 하면 안 돼.” 실수가 나올 때마다 자신을 질책하거나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골퍼가 많다. 화는 내면 낼수록 커지고 더 큰 실수를 유발한다. 골프는 굿샷의 경기가 아니라 실수의 경기다. 굿샷보다 최악의 실수를 적게 하는 골퍼가 이긴다.

 

4. “남자는 힘! 티샷은 무조건 세게.” 벤 호건(1912∼1997)은 티샷을 꼭 드라이버로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비로소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필드에서 힘자랑은 그저 자신의 멍청함을 드러낼 뿐이다.

 

5. “파5는 무조건 투온이지.” 연습장에서도 잘 안 맞는 3번 우드로 요행을 바라며 무작정 휘두르는 것은 매주 로또를 사면서 1등 당첨을 바라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짓이다.

 

6. “이번엔 절대 물에 빠지면 안 돼.”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자꾸 흰곰이 생각난다. 이른바 ‘흰곰 효과’,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다. 생각을 억누르려 할수록 자꾸 생각이 더 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부정적 사고보다는 “워터해저드를 넘기자”처럼 긍정적 사고가 더 도움이 된다.

 

7. “골프는 장비빨이야!” 골프가 안 될 때마다 장비를 수시로 바꿔보지만 대개는 그때뿐이다. 잭 니클라우스(1940∼)는 부진할 때면 어릴 적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을 찾아 그립, 어드레스 자세, 조준과 정렬 등 기본기부터 점검했다.

8. “굿샷은 내 실력, 미스샷은 캐디 탓.”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매번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실력 향상의 길은 요원하다.

 

9. “규칙은 나에겐 관대하게, 남에겐 엄격하게.” 멀리건과 오케이를 수시로 요구하고, 드롭 대신 드로를 하고, 풋웨지와 핸드웨지(발이나 손으로 공을 옮겨놓고 치는 행위)를 자주 쓰다 보면 점차 같이 골프를 칠 사람이 사라진다.

 

10. “골프도 업무의 연장이야.” 라운드 중에 계속 울리는 전화를 일일이 받는 골퍼와 함께 있다 보면 골프를 치러 온 건지 일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급한 일은 미리 처리해 놓고 라운드 중에는 아예 휴대전화를 꺼 놓는 것이 골프를 온전히 즐기는 방법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