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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펙 공 써도 프로처럼 안되네… ‘파노플리’ 벗어나는 주말골퍼들[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저압축 골프공 인기

프로들 압축강도 높은 공 사용
남자 스윙스피드 시속 115마일

유명인 제품 따라하던 아마추어
느린 스윙에도 비거리 늘려주는
가성비 골프공으로 속속 전환

 

 


“닭을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割鷄焉用牛刀)”

 

논어의 양화 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뛰어난 제자 중 한 사람이었던 자유가 노나라의 작은 읍의 읍장을 하고 있을 때 재주 많은 제자가 더 큰 곳에 쓰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말이다.

 

흔히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도구를 쓴다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표현이나 몸짓 따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고사성어다. 비슷한 뜻으로 ‘모기 보고 칼을 뺀다’거나 ‘천리마를 소금 수레 끄는 일에 부린다’는 표현도 있다.

 

취미 삼아 운동하는 일반인 중 필요 이상으로 고가의 장비 마련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떠오른 말이다. 한때 등산이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 고가의 등산복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기껏해야 동네 뒷산 정도나 오르내릴 사람들이 해발 3000m 이상 고산 등반 시 전문 산악인이나 입을 법한 첨단 소재의 등산복을 너도나도 사 입었다. 최근에는 달리기 열풍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전문선수용 러닝화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전문가나 유명인이 사용하는 제품을 똑같이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장 보들리야르는 ‘파노플리 효과’라고 불렀다. 파노플리란 장난감 세트처럼 비슷하거나 관련 있는 것끼리 한데 묶어놓은 것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즉, 파노플리 효과란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소비하면서 마치 자신이 같은 제품을 쓰는 소비자 집단과 같은 부류가 된 것인 양 환상을 품게 되는 것을 말한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기는 골프도 등산이나 러닝에 뒤지지 않는다. 골프공은 공의 탄성과 반발력을 좌우하는 코어의 압축 강도와 스핀과 타구감, 그리고 내구성을 결정하는 커버의 경도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압축 강도는 골프공을 0.1인치(2.54㎜) 찌그러뜨리는 데 필요한 무게로 표시한다. 보통 측정기에 골프공을 놓고 찌그러뜨려 측정한다. 압축 강도가 100이라면 골프공을 0.1인치 찌그러뜨리는 데 100㎏의 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단단하다.

 

프로골퍼가 흔히 쓰는 골프공의 압축 강도는 90∼110 정도다. 압축 강도가 65 이하일 때 일반적으로 저압축 골프공이라고 한다. 아마추어인 주말 골퍼 대부분은 프로골퍼들이 쓰는 고압축 골프공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골퍼를 중심으로 저압축 골프공이 인기다. 골프공은 클럽에 맞아 찌그러지는 순간 운동에너지가 탄성에너지로 전환되고, 이후 얼마나 빨리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지에 따라 비거리가 결정된다. 골프공이 충분히 찌그러진 후 빠르게 복원된다면 최대의 비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힘이 부족해 공을 제대로 찌그러뜨리지 못할 경우는 골프공의 성능을 100%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저압축 골프공의 장점은 공을 찌그러뜨리는 데 드는 힘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느린 스윙에서도 충분한 비거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스크린골프 전문기업인 골프존의 라운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일반인 남성 골퍼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04.8m, 여성 골퍼는 140.7m로 나타났다. 거리측정기로 유명한 보이스캐디가 20만 명의 실제 라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각각 185.1m, 135.8m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를 스윙 스피드로 환산하면 남성은 대략 시속 80∼90마일, 여성은 60∼70마일 정도다. 반면 프로골퍼의 스윙 스피드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평균이 시속 115마일이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평균이 시속 96마일이다.

 

한마디로 대다수 주말 골퍼가 스윙 스피드가 빠른 프로골퍼에게 맞도록 개발된, 필요 이상의 고스펙 골프공을 쓸데없이 비싸게 쓰고 있는 셈이다. 무턱대고 유명 선수들이 쓰는 골프공을 따라 쓸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에게 맞는 제품인지 확인부터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스포츠심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