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 [남성현 칼럼] 나무를 심는 마음, 숲이 만드는 행복한 미래 / 남성현(임산생명공학과) 석좌교수 | |||
|---|---|---|---|
|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대지의 숨결이 깨어나는 4월이 찾아왔다. 5일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적기가 된 지금, 전국 곳곳에서는 묘목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산림분야에 40여년을 몸담아온 필자에게 이 계절에 나무 심기는 단순한 연례행사를 넘어, 우리가 훼손한 지구 생태계에 보내는 진심 어린 ‘사죄’이자 인류의 ‘희망을 심는 서약’과도 같다.
스위스 취리히 크라우더 연구소(The Crowther Lab) 발표에 따르면 과거 지구상에는 6조그루에 달하는 나무가 있었으나 인간의 간섭으로 현재는 절반 수준인 3조그루 정도만이 남아 있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약 45.8%의 나무가 소실된 셈이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이산화탄소의 3분의 2 정도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다시 1조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미국 국토면적인 900만㎢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에 나무를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절박함 속에 전세계적으로 ‘1조그루 나무 심기 플랫폼(1t.org)’이 가동되고 있다.
산림은 기후위기 시대에 유일하게 검증된 ‘천연 탄소 흡수원(Carbon Sink)’이다. 광합성이라는 정교한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과정은 그 어떤 첨단 공학 기술보다 효율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많이 심는 것보다 ‘어떻게’ 심고 가꿀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 안목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황폐해진 산야를 빨리 녹화하기 위해 속성수(速成樹)를 주로 심었으나, 이제는 50년 후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선제적 적응 전략’을 갖춰야 한다. 소나무·상수리나무 등 탄소 저장 능력이 우수한 수종을 우선하되 온난화에 따른 난대성 수종의 북상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병해충에 강하도록 단일 수종보다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어우러진 혼합림(混合林)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토질과 땅속 온도, 수분을 고려해 지역별·수종별로 정교하게 설계된 ‘맞춤형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흔히 나무를 베는 것을 파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진 ‘노령화된 숲’을 건강하게 갱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잘 자란 나무를 적기에 수확해 건축재나 바이오 소재로 활용함으로써 탄소를 반영구적으로 격리하고, 그 자리에 다시 어린나무를 심어 활력을 높이는 ‘산림자원 순환경제’를 구축해야 한다.
나무를 심는 마음은 곧 ‘겸손함’이다. 아프리카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3000만그루를 심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왕가리 마타이는 “한사람 한사람이 평생 10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산불 앞에서 작은 부리로 물을 나르던 벌새처럼,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가 나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나무가 우리를 돌보고 있다. 숲은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우리 곁의 생명 유지 장치다. 올봄 산과 들로 나가 정성껏 나무 한그루를 심어보자. 그것은 단순히 땅에 묘목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공기와 푸른 쉼터를 선물하는 가장 숭고한 정신적 행위이자 가치 있는 투자다. 오늘 우리가 심는 한그루 나무가 30~50년 후 거목으로 자라 우리 후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미래를 꿈꿔본다. 나무를 심는 마음은 곧 꿈과 희망, 그리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심는 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