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글로벌 포커스] 전쟁과 한·중·일 손익계산서 / 이원덕(일본학과) 교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2월 28일 개시된 이래 5주 차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2~3주간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의 대량파괴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전쟁은 당분간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주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됨으로써 에너지 공급망은 단절돼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 이번 전쟁이 각 지역 및 국가에 주는 영향은 차별적이며 외교·안보적 측면까지를 고려한다면 매우 비대칭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는 승리하고 있을지 모르나 미국은 국익 손실을 감수하게 됐다. 동맹국들의 신뢰 상실, 막대한 전비 지출로 인한 재정 악화, 반전 여론에 따른 국론 분열, 트럼프 지지율 하락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지위는 상대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러시아는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먼저 우크라이나 침공의 질곡을 모면하고 오히려 중동 분쟁의 중재자로 부상할 기회를 맞이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가 일시 해제돼 원유·가스의 새로운 공급자가 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됐다. 유럽은 호르무즈, 홍해의 공급망 교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크게 보는 한편, 트럼프의 참전요구를 거절함으로써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라는 안보적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그렇다면 한·중·일은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 먼저 한·중·일 모두 호르무즈 봉쇄에 따른 원유·가스의 공급 제한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즉, 3국 공히 유가 급등과 고물가, 환율 하락과 주식시장의 악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전쟁이 초래하는 경제적 영향은 중국과 한·일 간에 큰 차이가 있고 전략적인 차원까지 포함해서 따져 본다면 매우 비대칭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불구하고 대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피해가 한정적이다. 중국은 이란과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에 힘입어 우회적 방법을 통한 공급로가 유지되고 있고 러시아의 원유와 가스 공급으로 대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분쟁의 중재자로서 나서며 흔들리는 ‘페트로 달러’에서 ‘페트로 위안’화로의 전환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됐다. 한국과 일본에 배치됐던 미국의 전략자산이 중동으로 차출됨에 따라 동북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상은 강화됐다. 다가오는 5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관세, 희토류 공급, 대만해협 문제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한국과 일본은 이란 전쟁에서 최대 손실과 피해를 일방적으로 감수하고 있는 닮은꼴이다. 한·일의 호르무즈 해협 원유 의존도는 90%에 달해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과 고물가, 환율 하락과 금융시장 충격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 요청으로 고심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한·일은 동일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트럼프에게 평화헌법을 방패 삼아 해상자위대 파견을 거절하고 그 대신 종전 후 기뢰 제거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은 국내법 검토 필요성을 들며 참전을 애써 회피하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일본에서는 미 제31 해병원정대가 중동으로 급파됐고 한국에서는 사드와 패트리엇 등 방공 자산이 차출됐다. 한·일로서는 전쟁발 군사적 세력균형 변화가 그리 달가울 리 없다. 교민 철수를 위한 ‘사막의 빛 작전’에는 일본인들도 일부 포함돼 한·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란 전쟁으로 말미암아 한·일 협력과 한·일의 공동대응이라는 새로운 전략 공간이 열렸다는 점은 주목을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