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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영의 IT로 보는 세상] AI 시대,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1편 / 윤종영(소프트웨어학부) 교수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괜찮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사람의 몫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슈퍼카와 같은 AI, 문제는 운전대
AI는 우리의 능력을 대체하기 보다 있는 능력을 증폭시키는 장치

 


윤종영 님 / 캐리커쳐=디디다컴퍼니 제작

 


“공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개발자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교수님, 이제 진짜 코드는 인공지능(AI)이 다 짜주는 거 아닌가요?" "이 상황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나요?”

 

이런 불안은 개발자만의 것이 아니다. 마케터는 AI가 광고 문구를 써주는 걸 보며, 디자이너는 AI가 로고를 만드는 걸 보며, 학생은 AI가 과제를 대신 해주는 걸 보며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하는 일이 5년 뒤에도 필요할까?"

 

개발 분야는 이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커서(Cursor)는 주석만 달아도 코드를 완성해주고, 클로드(Claude)는 복잡한 프로그램을 순식간에 분석해 개선안을 제시한다. v0는 "파란색 버튼이 있는 로그인 화면"이라는 말 한마디로 실제 작동하는 웹페이지를 만들어낸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며칠을 타이핑해야 했던 일들이 이제 몇 초 만에 끝난다. 하지만 몇 달간 현장을 지켜보며 오히려 한 가지 확신이 커졌다. 이제부터가 진짜 전문가의 시대라는 확신이다.

 

한 개발자가 데이터 검색 기능이 느리다며 AI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검색을 빠르게 만들어줘"라고 하자, AI는 즉시 해시맵을 활용한 최적화 코드를 제시했다. 테스트 환경에서는 검색 속도가 10배 빨라졌다. 문제는 서비스 오픈 후 나타났다. 사용자와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서버 메모리 사용량이 급증했고, 결국 시스템이 다운됐다. AI가 제안한 방식은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에 올려두는 방식이었다. 데이터 100개일 때는 괜찮았지만, 10만개가 되자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속도는 빨라졌지만, 메모리를 너무 많이 쓰는 방식이었네요"라는 선배의 설명을 듣고서야, 그는 시스템 설계의 기본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 장면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AI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물이 '괜찮은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벽돌을 쌓는 로봇, 설계를 하는 인간

 


AI를 보고 있으면, 건설현장이 떠오른다. AI는 벽돌을 빠르고 정확하게 쌓는 로봇과 비슷하다. "여기에 벽돌 100개 쌓아줘"라고 하면 속도도, 정렬도, 균일함도 인간을 능가한다. 하지만 로봇이 대신해줄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이 벽은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 10년 뒤, 20년 뒤에도 안전할 것인가. 이 건물을 사용할 사람들은 어떤 동선을 원할 것인가. 벽돌공의 일은 AI가 상당 부분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건축가의 일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튜토리얼 보고 그대로 따라 치던 코딩, 스택 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에서 복사해 붙이는 코딩, "일단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코딩은 AI가 훨씬 잘한다. 그렇다고 "개발자가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문이 바뀐다. 이제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디까지를 AI에게 맡기고, 어디부터는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가.

 

 

AI라는 슈퍼카, 문제는 운전 실력

 

AI 도구는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슈퍼카와 같다. 가속페달만 밟으면 누구든 순식간에 먼 거리를 이동한다. 문제는 운전대다. 목적지를 모르는 운전자, 도로 규칙을 모르는 운전자, 차의 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운전자가 슈퍼카의 핸들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AI는 우리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는, 있는 능력을 증폭시키는 장치이다. 1을 가진 사람에겐 10을 만들어 주고, 10을 가진 사람에겐 100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0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무리 곱해도 여전히 0이다. 내가 아는 만큼만 AI를 정확하게 부릴 수 있고, 내가 가진 기준만큼만 AI의 결과물을 가려낼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AI 시대일수록 '기본기’라는 오래된 단어가 더 무게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