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대학 환경의 변화와 대응책에 대해 입시전문가를 초청해 강의를 듣던 중 귀가 번쩍 뜨였다. 그가 마치 우리 대학의 구성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라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라는 단어는 마치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살짝 마법의 가루를 뿌린 것처럼 효과를 발휘했다. 무심히 듣고 있던 사람들이 눈을 반짝이며 전문가를 쳐다보았고 회의실의 분위기도 약간 열기를 띠었다. 우리는 외부인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심하는 기분을 느꼈다.
전임자 비난, 과거 실적 폄하는
함께 일할 동료 잃는 결과 초래
새 직무 맡은 리더, 첫 30일 중요
팀워크는 포용과 인정에서 출발
김지윤 기자
연말연시 인사이동으로 많은 리더가 자리를 옮겼다. 새로운 팀을 이끌게 된 리더들이 흔하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그동안 함께 했던 기존의 팀과 다른 점이나, 잘못된(것처럼 보이는) 측면을 발견하면 쉽게 판단하고 지적을 한다는 것이다. 새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게 된 초기에 무심코 내뱉은 ‘너희는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해왔어?’라거나 ‘아니 여기는 왜 이래?’ 등의 발언은 생각보다 훨씬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
구성원들은 자신들을 거부하고 선을 그어 분리하려는 듯한 용어, ‘너희’에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리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또 ‘여기’라는 단어에서 리더가 예전에 근무했던 팀과 자신들을 비교하면서 ‘열등하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들린다. 리더가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고 마음을 예전 팀에 두고 온 것처럼 느낀다면 팀원들의 마음이 닫힐 수밖에 없다. 앞선 예에서 외부인의 ‘우리’라는 표현이 마법처럼 마음을 열게 했다면, 동료이며 리더인 팀장으로부터 듣는 ‘너희’라는 표현은 큰 상처를 준다.
더 나쁜 것은 팀의 과거 실적이나 정책을 폄하하는 것이다. 어떤 배경에서 정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떤 맥락에서 실적이 결정되었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비난부터 하게 되면 당장은 리더 자신이 더 능력 있고 우월해진 기분을 느낄지 모르지만 이는 자신의 출발점을 더 힘들게 만드는 행위일 뿐이다. 전임자를 비난하거나, 팀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은 함께 일할 동료를 잃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연구한 『조직문화통찰』의 저자, 김성준 국민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의 연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원이 직무를 바꾸고 새로운 조직을 맡을 경우 당해 연도 KPI점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점수를 잘 유지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새로운 조직에서도 성과를 유지하는 임원은 첫째, 부임하자마자 ‘우리’라는 표현을 썼고, 둘째, 팀의 과거를 깎아내리지 않고 포용했다는 특성이 있다.
새로운 팀의 팀워크를 빌드업하는 첫 단추는 부임 첫날 ‘우리’라고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는 단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가 팀을 포용하고 인정한다는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다. 설사 이 팀에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있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우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팀의 실적에 부족함이 있고 실책이 있었더라도 팀원들이 과거에 했던 노력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일부 리더들은 부임하자마자 일성으로 ‘개혁’을 강조하면서 ‘과거’를 타개의 대상으로 언급한다. 자신의 추진력, 혁신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향도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직무를 맡게 된 리더의 첫 30일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러 전문가의 조언과 지침의 핵심은 섣부른 판단과 비판을 경계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흡수하라는 것이다. ‘듣기 먼저(listen-only)’ ‘스펀지 모드 유지’ ‘노트 메모’로 정리할 수 있다. 그중 ‘노트 메모’는 스펀지 모드를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작은 노트를 항상 들고 다니면서 메모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팀에 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발견하거나 질문하고 싶은 내용이 생길 때라든가 팀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하면서 팀원의 생각이나 아이디어, 그동안 해왔던 일 등을 들을 때, 팀의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메모를 한다. 메모는 새로운 정보를 파악하고, 복기하고,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팀원들은 진지하게 업무를 파악하려고 먼저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제안이나 지적, 질문을 받아들일 수용성도 갖게 된다.
새해를 맞으며 리더들이 함께 일하게 된 ‘우리’ 팀원들의 마음을 여는 데 모두 성공하시길 응원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 교수·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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