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MZ세대니까, 여자니까 그렇다고? 이은형(경영학부) 교수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Z세대가 조직에 들어오면서 리더들의 고민도 점점 늘어간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에 대해 강의를 하다 보면 대기업 임원이나 중소기업 CEO들이 가장 열심이다. 리더일수록 고민이 많고 노력도 더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강의도 열심히 듣고 필기도 꼼꼼하게 하고, 또 바로 실행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즉각 실행’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강의 끝날 무렵 한 가지 당부를 한다. “지금 이 강의 듣고 회사로 가셔서 ‘MZ세대들 다 모여 봐. 내가 이제 여러분을 좀 이해하게 되었어. 결정권, 그 결정권을 그렇게 갖고 싶어한다며? 내가 줄 테니까 한번 격의 없이 얘기해봐. 어떤 결정권을 갖고 싶어?’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집단화의 언어는 반감 일으켜
상대 배제하고 소통도 어려워
구성원 각자를 이해·배려해야

 

 


슬기로운 조직생활

 


웃음과 함께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리더들에게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설명하면서 강의를 끝낸다. 이런 당부를 하는 이유는 사석에서 적지 않은 리더들의 하소연을 들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들이 교육 프로그램 등 자기 계발을 통해서 성장하고 싶어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다 모아서 물었어요. 여러분들이 그렇게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데 무슨 교육을 받고 싶으냐고. 그랬더니 잘 모르겠다, 안 받아도 된다, 뭐 이렇게 대답하는 거에요. 괜찮다고 편하게 얘기하라고 강조해도 아무도 제대로 답변을 안 해서 그냥 포기했어요.”


세대 차이를 극복해서 조직의 성과를 높이려는 리더들의 의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들이 MZ 구성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태도와 마인드에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상대를 집단으로 규정하는 언어다. 당사자들을 앞에 두고 MZ세대라고 부르면서 특징을 나열하는 것은 ‘집단화’의 어법이다. ‘이대남’ ‘586’ ‘MZ’ 등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집단화 단어들은 당사자에게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20년 이상의 차이를 갖는 넓은 범주인데 별 생각 없이 상대방에게 적용하면 좋아할 리가 없다.


“MZ는 승진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요?” “워킹맘은 직장에서 칼퇴근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일류대학 출신들은 충성심이 약한 것 같아요.” 얼핏 별다른 저의가 없는 말처럼 보이지만 배제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단화의 언어는 대개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주류에 속하는 사람이 소수에 속하는 사람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맥락에 적합하고, 상대방과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을 때 사용하면 괜찮겠지만 상대를 집단으로 규정하는 용어는 대부분 부정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집단화의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상대를 개별적 존재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실수했을 때 “여자라서” “학벌이 좋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들지 않아야 한다. 성과가 좋든, 나쁘든 개별적 존재로 평가해야 한다. 상대방을 ○○○라는 개인으로 인지할 때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워킹맘·MZ 등의 집단적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일 뿐이다. 배경으로 개인을 정형화하면 판단과 평가에 에너지가 적게 들지만 오류 가능성을 높인다. 배경보다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개별화’는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만큼 에너지는 많이 들지만 오류를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마음을 여는 단계를 생략한 질문이라는 점이다. 평소에 어렵게 생각하는 리더가 어느 날 갑자기 다가와서 격의 없이 얘기하라고 하면 마법의 주문처럼 가능해질까. 조금 생뚱맞은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 무섭게 느꼈던 담임 선생님이 속 얘기를 털어놓으라고 하실 때가 생각난다. 특히 선생님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라고 하실 때는 정말 불편했다. 아무리 웃음을 머금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도 우리는 아무도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마음속 얘기는 뚝딱 하고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늘 함께 일하는 80년대생 팀장에게도 마음을 열고 얘기할지 말지 주저되는데 임원이나 CEO는 오죽하겠는가. 만약 ‘진짜 대화’를 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고, 속마음을 얘기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집단에 대한 우리의 규정이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대를 구분하고 그 특징을 탐색하는 이유는 유일무이한 정답을 찾기 위함이 아니다. 수많은 개인으로 구성된 집단을 몇 가지 특징으로 단순명료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세대를 나누고, 특징을 이야기한다. 어렴풋하게나마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개인을 이해하는 시간을 줄여주어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인을 둘러싼 어렴풋한 배경을 정답으로 여기지 말자. 개별적 존재 한 명 한 명이 저마다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이은형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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