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홍성걸 칼럼] 정치가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은 누가 뭐래도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의 후예다. 민주당은 광복 직후 보수우파 정당으로 출발한 한국민주당을 이어 1955년 제3대 대통령 선거 이후 오늘날까지 명칭과 정파, 이념의 다양성을 포용하면서 권위주의에 반대하고 자유와 인권을 강조하는 민주적 전통을 가진 정당이다. 그런데 그런 민주당이 제21대 국회에서 3분의 2에 달하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음에도 공당으로서의 가치를 저버리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 유세 과정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들고나왔다.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했어야 하지만 놀랍게도 민주당 내에서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정당이라는 비상식이 상식처럼 된 것이다. 이재명 대표라는 개인을 형사소추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정당이라면 그게 어찌 민주주의 체제하의 공당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이슈든 당내에서 조금만 다른 의견이 나와도 소위 '개딸'을 비롯한 지지자들의 온라인 집단 테러의 대상이 된다. 이재명을 지지하면 선이요, 조금만 이견을 가져도 악으로 규정해 몰아내려는 조직을 어떻게 공당이라 할 수 있는가.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내 활동에서는 모두 절대자 이재명의 하수인에 불과하다. 아니, 속마음은 어떤지 몰라도 적어도 그렇게 행동한다. 그래야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수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무튼 그들에게 민주주의의 요체인 정치적 경쟁 상대를 인정하는 관용(tolerance)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대정부 질의 내용을 보면 그들이 과연 이 나라의 국회의원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하도 보도가 많이 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이 자리에서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독자들이 미루어 짐작할 것이지만, 국정을 바로잡으라고 주어진 대정부 질문 시간에 한다는 소리가 장관에게 "깐족대냐"거나 "대법원 판결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를 순간적으로 착각할 수는 있지만 착오를 일으켰다면 그렇다고 인정하면 될 일을 그게 뭣이 중하냐고 따지는 건 또 뭔가. 한 장관을 의식해서 어떻게든 깎아내리려 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갑자기 "왕세자"냐고 묻는 데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이재명 대표의 행태는 더욱 기가 막힌다. 이 대표는 주로 성남시장 시절에 본인이 설계하고 최종 결재했던 대여섯 건의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범죄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성남FC 관련 기부금을 협찬받는 과정에서의 불법 인허가와 경기도지사 때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의혹을 합치면 민간업자나 기업들이 조 단위가 넘는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의 토착 비리의 전형적 사건이거나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 위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들이다. 이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권력을 악용', 또는 '권력을 사적 보복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맹비난하고 있다.


백보를 양보해 이 대표의 주장대로 죄가 없다면 상대를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검찰의 주장을 무력화시키는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대선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제기된 의혹에 대해 밝히지는 않고 "아니다" "모른다"를 반복하면서 묵비권만 행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그리고 그것을 필사적으로 옹호하려는 민주당을 공당이라 할 수 있겠는가.


1980년 개헌 이후 정당들은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운영지원금과 선거보조금으로 구성된 국고보조금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729억 원이 지원되었다. 이는 정당 전체 수입의 평균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정당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는 것은 그들이 국민을 위해 활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의 민주당처럼 사당화되어 공익보다 대표 개인의 이익을 우선한다면 민주당은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과 같다. 더 늦기 전에 이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 온 70년 전통의 정통 민주당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끝으로 부탁 하나 합시다. 제발 좀 품격을 생각하시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자라는 아이들 보기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소이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