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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공수처의 통신사찰 의혹 명백히 밝혀야 / 홍성걸(행정학과) 교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과도한 통신자료 조회가 의혹 수준을 넘어 민간인 사찰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언론사 기자와 야당 국회의원은 물론 그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인사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공수처는 이들에 대한 통신사실 조회가 왜 필요했는지 사안별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수사상 필요했고 불법적 행위는 없었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통신자료란 통신사가 통신비 징수를 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가입자 정보를 말한다. 여기에는 가입자 성명, 주민번호, 가입자 ID 등이 포함되는데, 수사기관이 수사목적상 필요에 의해 공문으로 통신사에 요청하면 통신사는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전기통신기본법 제83조3항). 임의조항이지만 권력기관의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문제는 이번에 공수처의 통신자료 확인 대상이 특정 사건수사의 범위를 넘어서 공수처 관련 부정적 보도를 한 기자와 데스크, 가족, 취재대상 학자,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통신자료만도 160여명, 300여차례에 달한다. 27일 현재 22개 언론사의 기자와 데스크 120여명과 그 가족, 39명의 야당 국회의원을 포함해 당직자 43명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통신영장을 받아 착발신 통화내역을 확보하고 통화 상대방의 신상을 캐려 한 것만도 4건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계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고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아니라면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민간인 사찰이며 공수처의 수사권 남용 및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

 

또다른 문제는 통신자료 수집이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어도 이를 제한할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공수처의 사례를 통해 수사기관이 사실상 제한 없이 국민의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이것이 정치적 사찰로 악용될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개인정보와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의 안전과 국가안보와 관련한 신속한 수사를 위해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차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를 허용할 경우 개인정보와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또 통신자료는 개인정보임에도 이를 제3자에게 제공했을 경우 가입자에게 통보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은 금융기관의 제3자 정보제공과 비교할 때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보제공 즉시 본인에게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보수사기관도 통신자료 제출을 요청할 때 관련 사건과의 관계와 자료의 필요성, 범위 등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요청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통신자료 조회 요청의 문제점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2016년 당시 국정원이 민주당 당직자 2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만으로도 민간인 사찰이라고 비난하면서 통신자료 조회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었다. 차제에 통신자료 조회 요청과 관련해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설립 이후 공수처는 크고 작은 구설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공수처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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