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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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산림) 교수 '한국의 명품 소나무' 출간
[책]한국의 명품 소나무

[세계일보 2005-10-15 01:48]


사람도 법인체도 아닌 식물이 자신의 재산을 가지고 꼬박꼬박 재산세를 납부하고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준다. 경북 예천의 석송령은 1920년대 자식이 없는 한 할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주변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라는 1000여가지 나무 중에서 소나무는 크고 굵은 줄기 등으로 땔감이나 건축재 등 실용성이 뛰어나 우리 선조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준 나무 중 하나다. 그러나 윤선도의 ‘오우가’의 한 대목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하여 아노라”에서 알 수 있듯이, 소나무는 한민족에 실용성 이상의 ‘정신적 벗’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2그루의 소나무는 100살이라면 어린아이에 속할 정도로 평균 수명이 400∼500살의 ‘어르신’들이다. 이들 소나무는 몇 백년 세월 동안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한국의 역사적 부침을 지켜봤다.

영월의 관음송은 세조에게 죽음을 당한 비운의 왕 단종의 최후를 지켜본 유일한 친구이며,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는 임진왜란 때 근처 모든 절이 타는 동안에도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였다.

거대 역사뿐이 아니다. 얼싸안고 있는 형상의 포천 부부송은 아이를 가지지 못한 부부들이 찾아와 기원하고, 마을 수호신의 역할을 하는 괴산 청천면의 왕송은 주민들이 해마다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등 소나무는 일반 사람들의 삶 속에도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전영우씨는 ‘한국의 명품 소나무’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쉬는 천연기념물 지정 소나무를 소개한다.

책에는 소나무마다 소개 사진을 여러 장 담고 있어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다른 개성을 가진 소나무들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옆으로 가지가 길게 뻗은 소나무, 위로 곧게 쭉 뻗은 소나무, 한쪽으로 휘굽어 꼬여서 그늘을 드리우는 소나무 등 소나무도 인간처럼 그 세월의 굴곡과 유전자에 따라 다른 형상을 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와 밀접한 소나무이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관리 소홀, 자연 재해 등으로 고사한 나무들도 많아 전문가에 의한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