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한반도24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것들 / 박휘락(정치대학원)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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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2019년이 저물고 2020년이 시작된다. 희망을 말해야 하지만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수십년 동안 애써 발전시켜온 나라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한탄하면서 보낸 한 해였고,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엄중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어느 송년모임에서 원로 학자는 ‘국가의 패망’이라는 말이 익숙한 용어가 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도 슬픈 한숨을 쉬었다. 다수의 토론회에 참가해 북핵 위협의 심각성과 정부와 군이 당장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면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신문을 비롯한 언론매체를 통해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방어하자고 호소했다. 유튜브를 만들어 눈치를 보면서도 단톡방마다 퍼나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은 점점 가중되고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하며, 정부와 관리들은 태평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무위로 끝나면서 핵인질이 되고 있고 경제도 추락하고 있으며 정치도 엉망이지만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요지부동이고, 정부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국가의 자멸을 막을 수 있을까.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체념의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가 원래 이것밖에 안 된다”는 자포자기이다. 임진왜란, 정묘·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 전에도 현재와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한탄한다. 위정자들은 태만하고 국민들은 안일한 것이 DNA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자책한다. 필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토론회 초청도 달갑지 않고 신문 칼럼도 써지지 않으며 유튜브 작성 주기도 멀어진다. 나만 이럴까. 그러다가 문득 자식들이 성공해보겠다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자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재롱을 기뻐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진다. 그들의 행복을 몰라도 안전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다른 분들에게 장황하게 호소했던 말과 글을 책임져야 할 것 같다. 결국 확신이 줄어들었지만 군화 끈을 조여매면서 구국의 대열에 다시 합류하게 된다. 이게 현 대한민국을 사는 어른들이 겪는 일상일 것 같다. 다만 앞으로는 대통령과 정부에 호소하지 않을 것이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들이 심기일전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최선인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아무리 간청해도 듣지 않고 바꾸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말을 하는 입과 글을 쓰는 손만 아플 뿐이다. 힘들고 성과도 불확실하지만 내 주위의 국민을 한사람씩 설득해 안보를 중시하는 여론이 형성되게 만들고 그 결과 대통령과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은 안보상황이 불안하지 않은가.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사용하면서 공산화를 수용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연세 많으신 분들은 미련이 적을 수 있지만 우리의 자식과 손자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이 현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살도록 버려두실 것인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는 현 정부의 전달은 분명히 틀린 것 아닌가. 정부에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복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은가. 군에게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전략과 계획을 주문해야 하지 않나.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한 한미동맹 강화 이외에 대안이 없는 것 아닌가. 방위비 분담도 적절하게 조기에 타결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서는 곤란한 것 아닌가. 한일관계도 빨리 복원시켜 북핵에 함께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언론인과 지식인들은 정확한 우리의 안보상태를 국민들에게 알려줌으로써 냉정한 국민 여론을 선도해야 한다. 작은 불편을 감수하기 싫어 묻어가거나 정부의 눈치만을 살피지 말아야 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바로 실천하자.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오늘 내가 행한 구국의 활동을 점검하고, 그것이 바람직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골프 칠 것 다 치고, 등산 다닐 것 다 다니고, 친구 만나는 것 다하면서 나라를 구할 수는 없다. 내가 희생하는 만큼 나라는 안전해진다.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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