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인터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저자 전영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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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4-10-15 18:53] “역사와 함께한 소나무 100년 뒤엔 사라질 수도”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 전영우 지음|현암사|416쪽|1만9500원 [조선일보 박영석 기자] 나무(숲)에 관한 저서를 11년간 이미 10권 넘게 낸 전영우(53)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가 ‘가장 한국적인 나무’로 꼽히는 소나무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가 새 책 제목에 ‘정말 알아야 할…’이란 당위의 수식어를 쓴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소나무는 생명·장생(長生)·절조·기개·탈속(脫俗)·풍류·생기·길지(吉地) 사상을 형상화한 ‘문화의 창’이고, 자생 나무 1000여종 중 우리의 정신·정서를 살찌우는 최고 상징 노릇을 해왔다”고 했다. “소나무는 30년간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고, 궁궐을 비롯한 전통 건축물, 왜적을 무찌른 거북선, 쌀·소금을 나르는 선박, 조선백자를 굽는 장작의 재료 등 ‘물질’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저자는 도시화·산업화 이후 숲에 대한 방기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 등에 따라 50년 뒤 남한에서, 100년 뒤 한반도 전역에서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책을 썼다고 했다. 전북 부안 변산, 충남 태안 안면도, 경남 통영 안정사, 경기 광주, 경북 포항 내연산, 전남 강진 다산초당, 경북 영주 소수서원, 충남 홍성 궁리, 강원 속초 영랑호, 한라산 영실, 서울 남산, 강원 고성 명파리 등 한국인의 정체성을 형성한 ‘생명문화 유산’의 현황과 소멸 실태를 정리한 이 책은 30년간 한 곳을 3~4차례씩 탐사한 결과물이다. 일부러 강의를 맡지 않은 나무(목)요일에 새벽 4시쯤 출발해 솔숲을 둘러보고 당일 귀경해 파일을 축적해 갔다고 한다. 책은 ‘솔’이란 말의 유래, 자생 소나무 구별법, 소나무의 열량·가치, 분포와 역사, 기념물 현황 같은 ‘소나무 상식’도 담았다. 딱딱한 자연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소나무를 통해 감득할 수 있는 우리 역사·삶·환경을 중심으로 설명해 간다. 저자는 ‘시민 눈높이’에 맞춰 숲과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힘쓴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정부(산림청)·기업(유한킴벌리)과 연대해 환경단체 ‘생명의 숲’을 창립·운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고, 국민대에 숲 해설가 양성교육을 국내 처음으로 도입해 “우리 가까이 있는 숲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합일을 누릴 수 있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그런 공로로 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학교 담장을 허물어 숲을 조성하는 ‘학교 숲 운동’은 제게 큰 보람을 돌려줬습니다. 숲을 가꾼 교정에서 학생·주민들이 즐기는 광경을 볼 때면, 산림학 박사·교수들끼리의 고상한 타령에서 벗어나 이웃들이 숲의 가치·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는 만족감을 얻습니다.” 그는 “헐벗은 숲을 복원한 산림녹화는 20세기 경제개발과 더불어 우리 민족이 이룬 엄청난 과업이지만, 그 값어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중2 국어 교과서에 수록됐듯 우리 숲은 한민족의 자존심입니다. 소중한 문화경관을 잃지 않기 위해 이제 제대로 ‘간섭’을 해야지요.” 그는 자신의 저서 ‘숲과 한국문화’(1999)가 일본에서 곧 번역 출간된다는 것에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 숲은 100년 동안 일본으로부터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지만, 이젠 우리 것을 수출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3년 전 암 수술을 받고 쉽게 건강을 찾은 것도 ‘소나무 기운’ 덕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울창한 숲은 사회가 지향해야 할 공동선(善)이고, 그 은덕은 금세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박영석기자 [ ys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