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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기회는 평등해야? 경영에선 아니올시다/백기복(경영학전공) 교수

한국인을 움직이는 기저심리를 들라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는 심리와 `우월감`을 마음껏 누리고 싶은 심리,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남보란 듯이 자존감 누리면서 살아보고 싶은 심리는 한국인의 탄생, 성장, 교육, 결혼, 직장, 심지어 장례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 모든 대소사를 지배한다. 우리의 `억울한 일 회피심리`는 매우 강력한 선악 판단의 가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표현은 억울한 일 당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한국인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수사는 정치적으로는 그럴 듯하지만 자본주의에 기초해 기업을 경영할 때 꼭 맞는 말은 아니다. 기업경영에서는 "기회는 다양하고, 과정은 투명하며, 결과는 풍성해야 한다." 기업경영은 현재 갖고 있는 기회를 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나눠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사실 기업경영에서는 기회의 평등 배분이 불가능할 때도 많다. 그보다는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기회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하는 것이 경영이다. 

승진을 예로 들어보자. 승진할 자리는 적고 승진할 사람은 많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들에게 높은 직위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현재 기업이 갖고 있는 자리만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기업이 계속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고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과 같은 성장 노력을 할 때 승진할 자리가 늘어난다. 다양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경영의 핵심 축이다. 이를 위해 모든 조직구성원이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다. 

성장 없는 기업이 무리하게 자리를 만들어 승진시키게 되면 비효율이 발생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삼성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이익배분(PS·Profit Sharing)` 제도도 기회 다양화의 논리를 따른 것이다. 정해진 월급만 평등하게 받아가기보다는 모두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그에 따라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또한 경영에서는 과정의 투명성을 중요시한다. 과정이 공정하다는 표현은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적어도 경영에 있어서는 적확한 표현이 아니다. 공정성(equity)이란 과정이 아니라 결과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사 평가가 공정하지 않다`든가 `자원 배분이 공정하지 않다`는 등의 표현은 개인이 기여한 바나 투입한 것에 대비해 결과의 적절성을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한다. 

경영에서는 과정의 공정성보다는 투명성을 더 강조한다. 경영은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모든 절차를 매뉴얼로 작성해 관리하도록 한다. 특히 요즘 중요시되고 있는 윤리경영은 과정 투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엔론, 월드컴, 대우그룹 등에서 나타났던 분식회계는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직장에서의 갑질이나 괴롭힘은 관계의 투명성이 문제가 돼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경영은 풍성한 결과를 추구한다. 결과를 많이 내 많이 나누고 미래 투자를 위해 많이 축적한다는 의미다. 결과가 정의롭다는 것은 수익을 사회적 가치에 합당하게 쓰는가를 따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경영은 정의로운 배분에 앞서 풍성한 결과물 창출에 초점을 둔다. 풍성한 결과를 중시하는 기업은 수익을 많이 내고, 탁월한 인재를 육성해 사회 기반을 튼튼히 하며, 세계시장을 제패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세금과 기부금 등을 통해 풍성한 결과를 사회와 나눈다. 개인은 기업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구현하기도 하고, 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얻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기여는 풍성한 결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정치의 논리를 기업경영에 받아들이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르지만, 경영의 논리를 정치에 적용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본다. 정치인들도 국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투명하게 과정을 공개하며, 풍성한 결과를 거둘 수 있게 할 때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나누기에 앞서 거둬야 한다. 분배에만 집중하면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다. 

원문보기: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9/11/91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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