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전문가칼럼]소통의 경제학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석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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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때, 저마다 즐겨 찾는 브랜드가 있다. 그리고는 줄곧 그 브랜드가 익숙해져 다시 이용하게 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경제적 행동을 ‘손실회피경향’이라 부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다른 브랜드를 선택했을 때 입게 될 ‘손해’를 걱정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는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무난한 이득을 취하려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의 외형적 디자인이 변하거나 브랜드 자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면 그 브랜드를 대하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가 있다. 브랜드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디자인경제학에서는 이를 ‘소통의 경제’라 부른다. 브랜드는 시스템과 디자인 등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 고객들과 유기적 소통을 하고 있다. 고객은 브랜드를 향해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다시 소통을 이어나간다. 만약 고객이 어느 브랜드에 대한 경제활동을 멈춘다면 이는 소통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벤처기업이 보여준 소통의 경제성 최근 국내 스타트업 회사 중에 12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내며 급성장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개인 동영상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취미로 할 만한 것’에만 집중해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클래스101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수강자들에게 취미생활의 경험을 위한 준비물까지 직접 챙겨주는 파격적 마케팅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클래스101에는 기존 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기업문화가 있다. 기업의 대표를 포함 100여명의 모든 직원들은 직급 없이 닉네임으로 호칭하고 서로 반말을 한다. 심지어 직원들 간 서로 본명도 나이도 모른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이들의 말속에 소통의 경제가 강하게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브랜드와 고객 간 소통의 경제 그리고 소통의 비경제 신세계에서 운영하던 편의점 브랜드인 ‘위드미’는 ‘신세계에서 운영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매장마다 앞세웠지만 편의점 브랜드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이마트24’로 브랜드명을 바꾸자 매출이 급상승하게 되었다. 고객과 가까이서 소통해오던 ‘이마트’라는 브랜드에 고객이 반응하게 된 것이다. ‘이마트24’는 소통의 경제를 실현했다. 반면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로 유명한 ‘GS왓슨스’는 얼마전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하고 새롭게 론칭한 뒤 오히려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고객과 밀접하게 소통해오던 브랜드의 디자인이 갑자기 변하자 고객들이 더 이상 소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브랜드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소통이 멈추게 된 건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 경향’과는 다른 이치다. 디자인경제학의 소통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국가와 국가 간의 소통이 좋지 못하다. 우리 국민은 일본이라는 국가와 더 이상 소통하지 않기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경제활동을 멈췄다. 우리나라와의 소통을 잘못 디자인한 일본 정부 때문에 일본 국민은 관광산업과 수출에 대한 소통의 비경제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신만의 규칙을 버리지 않으려는 아베정부에게 소통의 경제학은 존재하는지 조용히 묻고 싶어진다. [프로필] 장기민(슈페이스) • 디자인경제연구소, 도시디자인연구소 대표 • 2009년 경향닷컴 하반기 유망브랜드 대상 디자인광고부문
원문보기: http://www.tfmedia.co.kr/news/article.html?no=74389 ※ 게재한 콘텐츠(기사)는 언론사에 기고한 개인의 저작물로 국민대학교의 견해가 아님을 안내합니다. ※ 이 기사는 '뉴스콘텐츠 저작권 계약'으로 저작권을 확보하여 게재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