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속의 국민
[기고] 융통성 없는 소통 / 장기민(디자인대학원 19 석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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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가 시작 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커피전문점의 매장 내 머그컵 사용권장은 ‘권장’의 취지를 떠나서 ‘강제성’을 띄게 되었고, 이 때문인지 초기와는 달리 머그컵 사용이 당연시 되어가는 추세다. 덕분에 일회용 컵 수거량은 지난해 대비 72%가량 감소했지만, 제도적 시스템과 고객의 편의성 사이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를 접하고 만족감을 얻으면 줄곧 그 브랜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디자인경제학에서는 이를 ‘소통의 경제’라 부른다. 무형의 상태였던 브랜드가 시스템과 디자인을 통해 이미지가 형성되고, 그 이미지는 소비자에게 끊임없는 소통을 요구한다. 소통을 받아들이고 브랜드에 대한 경제활동을 이어가는 고객을 통해 브랜드는 생존하고 순환한다. 만약 고객이 어떤 브랜드에 대한 경제활동을 멈춘다면 이는 소통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컵 사용규제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제도화한 브랜드는 스타벅스다. 권장을 넘어서 일종의 강제성을 띄는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 사용규제 방법은 매장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직원이 끊임없이 찾아와 머그컵사용을 강요하는 것 이다. 매장을 잠시 이용한 후 곧바로 나간다면 머그컵도 사용하고, 남은 음료를 담기위해 일회용 컵도 이중으로 사용하게 되는 격인데 이와 같은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주문할 때부터 일회용컵으로 주문하려는 고객에게도 스타벅스는 ‘잠깐일지라도 매장내에서는 머그컵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버리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고객과 이루고 있는 소통의 경제관계에서 행여나 고객들에게 ‘사회 질서와 통념에 반하는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기 위해 방어하는 노력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합리성을 추구하려는 고객에게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의 원칙고수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매장내에서 머그컵을 잠깐 사용하다가 일회용 컵에 옮겨 담으면,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부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잠깐 사용했던 머그컵을 세척하기 위한 물 사용, 세제사용의 비경제를 피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행동에 합리성은 결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중에 ‘사람들이 취미로 할 만한 것’에만 집중해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클래스101이라는 회사가 있다. 최근 120억 원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며 급성장하는 이 벤처기업은 수강자들에게 동영상 뿐만이 아닌 취미생활의 경험을 위한 준비물까지 직접 챙겨주는 파격적 마케팅을 보이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기업에는 기존 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가 존재한다. 100여명정도 되는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이 직급 없이 닉네임으로 호칭하고 서로 반말을 하는 것이다. 직원들 간에 서로의 본명도 나이도 모른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이들의 말속에 소통의 경제가 강하게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융통성이 없다 여겨질지 몰라도 그것이 소통의 방식이면 그렇게 소통을 해야만 한다. 스타벅스가 보여준 모습처럼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현재 국가 간 서로 융통성 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소통이 잘못 디자인된 일본 정부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관광산업과 수출에 대한 소통의 비경제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까지 자신이 세운 원칙을 버리지 않으려는 아베정부에 소통의 경제학은 존재하는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 소장,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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