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대학교

언론속의 국민

[디자인 파워]‘웰빙 이미지’ 디자인에 달렸다-박종서 교수(공업디자인과)
[디자인 파워]‘웰빙 이미지’ 디자인에 달렸다



‘겉모양만 곱상하다→탈락, 속은 튼실한데 외형이 거칠고 투박하다→탈락, 모양새도 제품 질도 좋은데 막상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다→탈락….’


좋은 디자인이 완성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기능과 형태, 소비자의 편의도, 제품의 질 등 많은 요소들이 고르게 충족돼야 한다. 이런 점들이 균형을 이룸과 동시에 시대의 흐름을 쫓아가는 센스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어떤 디자인이 무슨 근거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한국디자인진흥원의 2004년 ‘굿 디자인(good design)’ 심사위원장인 국민대 박종서 교수는 “과거 대형 제품에 가려져 있던 작은 생활 소비재 용품의 디자인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즉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생활용품의 좋은 디자인이야말로 생활의 불편함을 개선해 삶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과 자연을 생각한 웰빙형 디자인=열풍이 이어지는 웰빙 바람을 디자인에 녹여낸 제품들이 단연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대우일렉트로닉스의 공기방울세탁기 ‘나노실버’는 항균, 항곰팡이, 탈취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드럼세탁기의 시장 잠식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여기에다 전체적인 외형은 전통 저고리에 흐르는 곡선을 살린 단순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디자인됐다.


패키지 에어컨의 경우 나노실버 항균 시스템에다 비타민C를 방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진주색과 흰색의 대비로 깨끗한 이미지를 살렸고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한 단순한 조형미로 세련된 느낌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만도위니아의 룸 에어컨은 기능적인 부분과 함께 감각적인 라인이 돋보인다.


굿 디자인으로 선정된 CJ의 제품들은 웰빙형 제품과 디자인을 잘 보여주는 생활용품 중의 하나. 인삼 제품 ‘한뿌리’는 건강 제품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 트렌드를 잡아내 상품으로 연결시켰다. 인삼에 대한 ‘늙었다’ ‘전문적이다’ 등의 관념을 바꾸기 위해 과학, 친근함, 간편함 등의 이미지를 새롭게 강조했다.


웅진코웨이의 산소발생 공기청정기, 개인용 산소발생기 디자인 역시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생각한 점이 인정됐다.


▽세세하게 배려한 생활 속 작은 편리함=필립스전자의 소니케어 음파칫솔은 치과에서 사용하는 음파 클리닝 기술 일부를 일반 가정집으로 들여왔다. 양치 과정에서 특허 받은 음파기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애경산업의 2080유아용 칫솔은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면서도 어린이들이 양치질을 하나의 놀이로 인식하도록 유도할 수 있게 신경을 쓴 디자인이다. 작은 칫솔 하나에 ‘과학+어린이와의 교감’을 함께 담아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현대모비스의 카오디오는 6장짜리 CD 체인저를 별도의 공간에 넣던 모델과는 달리 자체 내장해 사용의 불편함을 줄인 것이 장점. 운전자의 시야 이동을 최소화하는 짜임새로 사용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이 밖에 ㈜대연의 자동빨래건조대와 ㈜맥케이앤비의 욕실용 다기능 수납장, ㈜모리스의 딱풀, ㈜토골미의 소포장 쌀 포대, ㈜하나로바스의 마사지 샤워기 등 중소기업들의 생활용품들이 대거 굿 디자인으로 선정된 점도 눈에 띄었다.


▽복합적인 기능을 짜임새 있게 담아낸 디자인=라틴어로 ‘언제, 어디서나’라는 뜻을 담고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향후 우리 생활을 규정할 주된 용어 중 하나다. 즉 사람이 장소나 기구 등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이다.


대형 전자, 가전업체들의 올해 상품 디자인에는 이런 유비쿼터스 개념이 많이 녹아들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제품은 복합적인 기능과 유비쿼터스 환경을 리드하는 첨단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잡한 기능을 보이지 않게 숨기는 대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감성적인 측면을 부각시킨 것도 또 다른 ‘굿 디자인’ 선정 이유. 냉장고에 모니터를 부착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 ‘인터넷 디오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팬택앤큐리텔은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 복합적인 기능과 사용자 환경을 철저히 분석해 디자인에 채용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