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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떨어지는 것까지 실제처럼 상상한 후 연습스윙해야 효과 / 최우열(스포츠교육학과) 겸임교수

‘빈 스윙’ 아닌 목적 있는 연습스윙을

공·가상목표 마음속 그려보고 
프리 샷 루틴부터 피니시까지 
목적 없이 허공에서 휘두르면 
근육 단련뿐 실력 향상은 안돼 
‘가라·빈 스윙’은 잘못된 용어

“빈 스윙이 아닌 연습스윙이 옳아요.”

골프를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 스윙’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신문, 방송 등 골프 관련 매체에서 빈 스윙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골프 교습가들도 별 문제의식 없이 빈 스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빈 스윙은 추측건대 일본어인 ‘가라 스윙’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골프가 일제강점기에 한국으로 들어온 탓에 ‘신 페리오’나 ‘포대그린’처럼 우리가 자주 쓰는 골프용어 중 일본식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라’는 일본어로 ‘빔’ 혹은 ‘허공’을 뜻한다. 참고로 신 페리오는 ‘뉴 피오리어’, 포대그린은 ‘엘리베이티드 그린’이 정확한 표현이다.

빈 스윙은 맥락상 연습스윙(practice swing)의 의미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이 두 가지 표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빈 스윙은 말 그대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허공에 대고 클럽을 휘두른다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연습스윙은 공만 없다뿐이지 실제 스윙과 거의 똑같이 스윙하는 일종의 리허설 동작이다. 즉 연습스윙은 실제 공을 치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공과 가상의 목표를 생각하고 사전 준비 동작(프리 샷 루틴)도 그대로 따르며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는 마지막 피니시 동작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이다.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비롯, 최고의 챔피언들은 실제 스윙 전 마치 실제와 같이 생생한 심상을 동반한 연습스윙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골프 전문가들 사이에서 3대 골프 교습서 중 하나로 꼽히는 ‘골프 마이 웨이’(1974년)에서 니클라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는 연습할 때도 매우 정확하고 집중된 상태로 상상하기 전까지 공을 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생생한 영화와도 같습니다. 먼저 공이 도착할 곳을 바라봅니다. 그다음에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그 상상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공 앞으로 다가갑니다.”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키운 세계적인 스윙 코치이자 멘털 코치인 피아 닐슨(미국) 역시 “모든 샷은 반드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별 목적 없이 그냥 허공에 대고 휘두르는 빈 스윙은 스윙과 관련된 근육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골프 실력을 향상하고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흔히 빈 스윙과 실제 스윙의 차이가 큰 골퍼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장 좋은 스윙은 공 없이 그냥 치는 빈 스윙, 다음으로 좋은 스윙은 연습장에서 연습 공을 치는 스윙, 마지막으로 가장 나쁜 스윙은 실제 코스에서 공을 치는 스윙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을까.

골프 연습을 뇌의 관점에서 보면 일종의 기억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뇌에 정보가 저장될 때 주변의 상황이나 맥락까지 함께 저장되는데 이를 ‘맥락 부호화 현상’이라고 한다. 1975년 영국의 심리학자인 덩컨 고든과 앨런 배들리는 잠수부를 대상으로 단어 암기 실험을 진행했다. 한번은 물 밖 지상에서 외우게 하고 또 한 번은 물속 깊이 들어가 외우게 했는데, 잠수부들은 지상에서 외운 단어는 지상에서 시험을 볼 때, 물속에서 외운 단어는 물속에서 시험을 볼 때 더 잘 기억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습이나 연습하는 장소, 상황 외에도 감정이나 심리 상태와 같은 다양한 맥락들도 함께 저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몸과 마음이 공부하거나 연습할 때와 비슷한 상태에서 기억이 더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개념상 실제 스윙과 차이가 많은 빈 스윙이라는 용어보다 실제 스윙에 최대한 가깝게 하는 연습스윙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사소한 표현의 차이 같지만, 사용하는 말이 생각을 지배하고 생각이 다시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철에는 힘겹게 연습장을 찾거나 코스에 나가는 것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간단하게 골프클럽 하나로 제대로 된 연습스윙을 자주 해보는 것이 골프 실력 유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냥 허공에 대고 클럽을 휘두르는 빈 스윙보다는 가능한 한 실제 스윙에 가깝게 프리 샷 루틴부터 어드레스, 그리고 피니시까지 그대로 따라 해보는 연습스윙을 하는 게 어떨까. 니클라우스처럼 심상을 통해 생생한 타구음과 함께 멋지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까지 상상한다면 실제 코스에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민대 골프과학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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