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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병준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장(GDCI) “이제는 대학이 개발협력의 주체로 나서야” / 김병준(행정학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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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순한 지원을 넘어 현지의 자립과 내생적 발전을 돕는 동반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대. 그 중심에서 대학이 주목받고 있다. 김병준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장(행정학과 교수)은 “대학이야말로 지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이 쌓아온 발전 경험을 나누고, 수원국 청년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교육 ODA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2002년 한국의 월드컵 열기가 채 가시기 전 김병준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장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지에서 교수로 임용돼 5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2013년 모교인 국민대에 교수로 부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한국의 위상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고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하는 의미 있는 과정에 자신이 전공한 전자정부 분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여하게 됐다. 무엇보다 교육의 힘을 통해 성장과 발전을 이룬 한국의 경험이 도전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려는 나라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끼며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김병준 원장은 지난 2022년 뜻을 함께하는 교수, 직원들과 함께 산학협력단에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GDCI, Global Development Cooperation Institute)'을 설립했다. 이는 단순한 연구기관이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개발 현장과 한국 대학 간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김병준 원장은 “이제는 대학이 국제사회가 직면한 불평등, 빈곤, 기후 위기, 교육격차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은 국제연합(UN),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 및 체제전환국과의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국민대에서 개발협력은 단순한 국제봉사 차원이 아닌 '교육과 사람을 매개로 하는 긴 호흡의 동행'이다.
한국의 ODA 정책에 대해 김병준 원장은 분명한 시각을 제시했다. “민관협력을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민간과 대학의 참여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단순히 자금과 시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혁신 역량을 접목해 교육 중심의 ODA를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대학은 단기적 지원이 아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이점을 지닌다.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을 통해 수원국의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대학 중심의 개발협력은 더욱 의미가 크다. 김병준 원장은 “교육과 인재양성의 허브로서 대학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향후 ODA 정책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GDCI)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함께하는 교육 ODA 사업은 우즈베키스탄과 라오스에서 전개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비즈니스IT전문대학원과 함께 타슈켄트정보통신대학교(TUIT)에 '글로벌비즈니스IT학과'를 개설하고 커리큘럼 개발, 교수요원 양성, 산학협력 체계 구축, 창업 인프라 조성 등 다층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일회성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현지의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우리 국민대 학생들이 해커톤에서 밤을 새워가며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고민하고 발표하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우리가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죠.”
한편, 라오스에서는 글로벌창업벤처대학원과 함께 라오스 상공부 산하 산업통상대학(CC)에 스타트업ㆍ중소기업학과, E-비즈니스학과 등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현지 공무원 역량 강화, 창업생태계 기반 조성, 교육 인프라 구축 등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라오스 청년들이 자국 내에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김병준 원장은 기존 ODA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많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원국이 구조적인 문제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자생적 성장 모델이 절실합니다.”
그는 ODA 프로젝트의 성패는 종료 이후에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외부 지원 없이도 현지 커뮤니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보이지 않는 역량 전수'가 진정한 개발협력이라는 것이다. 국민대는 이를 위해 현지 대학, 정부,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교육에서 창업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흐름을 구축하고 있다.
국민대 글로벌개발협력연구원은 최근 유엔대학교(UN University)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UNU Seoul'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스마티시티, 지속가능발전(SDGs), 혁신 등 미래 전략 분야에서 공동ㆍ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교육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김병준 원장은 인터뷰 말미에 따뜻한 당부를 전했다. “수원국의 청년들이 우리가 겪었던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함께 손잡고 길을 찾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도 함께 배우고 성장해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의 활동 뒤에는 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현장에서 밤낮없이 고민하고, 때로는 삶의 터전을 옮겨가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그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대학과 같은 기관이 더 넓은 국제협력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김병준 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묵묵히 헌신적으로 현장을 지키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임직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병준 원장과 국민대의 개발협력 활동은 단순한 원조를 넘어 '교육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등교육, 기업가정신과 창업 그리고 디지털 혁신이 결합된 한국형 개발협력 모델이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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