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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고급브랜드 넘치는 중국, 저가시장에 답 있다" / 이춘우(중어중문학과 81) 동문

“왜 중국 저가시장은 공략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우수한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는 프리미엄 시장 뿐만 아니라 저가시장으로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춘우 카라카라 사장(53)은 1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프리미엄 시장은 세계 유수 기업들로 이미 포화 상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 가격 거품 빼고 품질 높였다

화장품 업체인 카라카라는 한국 원료와 기술로 만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중저가로 선보이고 있다. 2006년 4개 직영점으로 출발한 카라카라는 현재 중국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시안 등 50여 개 도시에 150개 매장을 갖고 있다. 현재 직영점은 북경의 6개 매장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맹을 받은 것이다.

이 사장은 “한국의 저가 화장품을 모델로 했다”며 “미샤나 더페이스샵과 같이 저가로 성장한 화장품들이 중국을 건너오면 각종 세금과 운임 등으로 고가의 화장품으로 변신하는데, 카라카라는 저가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이 흔해지고 있고 인터넷 정보 등으로 화장품 제품 가격 비교가 쉬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은 한국과 중국의 제품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면서 한국 직구 등의 방법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 중국 내 매장에서 직접 사려고 안 한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사장은 직접 저가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로 한 것.

저가 화장품 시장은 주로 중국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 사장은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장점”이라면서 “게다가 한류 열풍과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품질이라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을 챙기면서도 직접 생산과 자체 전문매장을 통한 판매로 불합리한 중간 유통과정을 없앴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이라는 점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공동구매 리뷰 및 평점 사이트 따종디엔핑(大衆點評)의 한 중국인 고객은 “한국 화장품들은 다 괜찮은 것 같다”며 “가격도 저렴하고 질도 좋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객은 “행사가 있다는 것을 보고 가 봤는데 한국 제품이라 믿음이 갔다”고 쓰기도 했다.
 

◇ 한국에서 성공한 아이템이 좋다

이 사장은 카라카라 문을 열기 전까지 화장품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1986년 당시 제일제당이었던 씨제이(CJ)에 입사해 1992년 사내 지역전문가 과정을 1년간 하며 중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다음 해인 1993년부터 CJ의 중국 진출 선봉에 서 1998년까지 중국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그는 돌연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CJ의 중국 진출 사업 전략 수립과 합작공장 설립 등의 작업을 하면서 중국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재를 털어 경영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간 이 대표는 애리조나 선더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러다 2000년 삼성전자에 재입사해 2003년 3월 비서실 재무팀 근무 제안을 받았으나 중국시장 개척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회사를 떠났다.

이런 그가 느닷없이 화장품이라는 사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3년 중국을 다시 방문한 이 사장은 몽둥이로 세차게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990년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시장이 커져 있었고 매우 빠른 속도로 계속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 내수시장에서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유통’을 해야겠다는 다소 막연한 목표를 세웠다. 이후 KC 글로벌 컨설팅업체를 세워 본격적인 사업 밑천 마련과 함께 아이템 찾기에 나섰다. 이 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한 것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았고 그렇게 선택하게 된 아이템이 바로 화장품”이라면서 “당시 중국의 화장품은 대부분 백화점을 통해서만 팔리고 소위 로드샵이라 불리는 길거리 전문 매장이 없다는 점에서 쉽고 싸게 살 수 있는 화장품 유통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업종들도 고민을 안한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잘 아는 것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잘 알고 있는 전자제품은 개인 사업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커피나 제빵, 요식업 등도 생각해봤지만, 생산·재고·유통 등을 관리하는 게 만만찮을 듯했다. 그는 “시장 조사 결과 화장품이 중국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할 수 있으면서 관리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어떻게 보면 화장품의 문외한이었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결정한 것인 만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 中업체들보다 가격경쟁력 있어야

저가 시장을 공략하다 보면 중국 현지 기업들이 경쟁자로 나타나게 된다. 이런 중국 기업들을 당연히 제칠 수 있어야 중국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 이 사장은 “한국인이 중국에 와서 성공하려면 제품을 중국인보다 싸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최첨단 기술 제품이 아닌 이상 비슷한 품질의 제품이라면 고객들은 당연히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을 선택하기 마련이고 이런 면에서 가격 경쟁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도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흔히들 중국은 고가 전략이 통한다고들 많이 생각하지만 비싼 것이 무조건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명품에 걸맞은 제품의 히스토리와 콘텐츠가 담겨 있지 않다면 고가는 오히려 판매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이런 명품이 도리 수 없다면 품질대비 저가의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이 카라카라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걱정되지 않을까. 이 사장은 “카라카라 제품은 자체 생산이 아니므로 제품을 분석하면 공급처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지만 카라카라의 노하우는 제품 뿐 아니라 철저한 재고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있어 중국 기업들이 쉽게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카라카라의 사업 모델을 그대로 모방하려다 마음을 바꾸고 투자 의향을 밝혀온 중국인도 있다. 이 중국인은 투자로 방향을 튼 데 대해 카라카라 제품 가격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카라카라는 어떻게 중국 기업들보다 싸게 팔 수 있을까. 이 사장은 전반적인 비용 통제도 필요하지만, 화장품은 ‘재고’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50여 가지 화장품 품목 중에 75% 정도는 구색 맞추기 제품이다. 판매가 많진 않지만 매장에 없으면 아쉬운 제품들이다. 사업 초기에는 이 제품들의 재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버린 제품들이 허다했고, 이 탓에 초창기 투자금도 많이 들었다. 이런 착오를 반복한 덕분에 효율적인 재고관리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카라카라의 가맹점이 150개로 불어나는 동안 광고 등 홍보 활동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제품 뿐 아니라 가맹점도 입소문을 통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가맹점주들을 보면 제품을 써본 사람이거나 가맹점주의 다른 가족이나 지인이 많다”며 “가맹점비나 교육비 등 부대 비용을 전혀 받지 않아 창업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다는 점도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카라카라는 화장품 공급으로만 수익을 얻고 있다”며 “초기 창업 비용은 10만~20만위안(약 1750만~35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춘우 카라카라 사장은

1962년 인천 출신으로 국민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해 제일제당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1992년 삼성 지역 전문가 1기로 중국에 첫발을 디뎠고, 1993년부터 5년간 제일제당 베이징사무소장으로 중국에서의 경험을 쌓았다. 이후 회사를 떠나 애리조나 선더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은 후 2000년 삼성전자에 재입사해 글로벌 마케팅실에서 근무하다 2003년에 또다시 회사를 나와 창업을 준비했다. KC 글로벌 컨설팅업체를 세워 창업의 토대를 마련했고, 여기서 만들어진 자금으로 2005년에는 카라카라를 문 열었다.

 

원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H41&newsid=01131606609370888&DCD=A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