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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그녀가 옥수수로 만든 웨딩드레스, 명품업체마저 인정했다/이경재(의상디자인학과 99,디자인대학원 05) 동문
 
 

국내 최초 친환경 웨딩업체 이경재 대표
옥수수·한지로 드레스 제작, 명품업체 까르티에가 선정한 유망여성 CEO 후보에 들기도

"한 번 입고 버리는 웨딩드레스가 1년에 몇 벌인지 아세요? 170만벌이 넘어요. 상당수가 합성수지로 만들어져 환경에도 안 좋죠."

서울 영등포구 작업실에서 만난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32) 대표 목소리에서 강단이 느껴졌다.

이씨는 2008년 환경 친화적 웨딩 전문업체인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세웠다. 쐐기풀이나 한지,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 웨딩드레스 제작부터 시작했지만 사업이 커지면서 뿌리를 자르지 않은 식물로 만들어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는 부케, 재생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만든 청첩장 등 다양한 웨딩용품과 친환경 유아복·병원복 등도 함께 만들게 됐다. 국내 친환경 웨딩 전문업체를 세운 이는 이씨가 처음이다.

2010년 명품업체 까르티에가 선정한 '창업 3년 미만 세계 유망 여성 CEO' 아시아 최종 후보 세 명 안에 들기도 한 이씨는 오는 22일 서울 부띠끄 모나코에서 열리는 합동 전시회에 참가하고, 6월엔 개인전을 연다.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한 방송사의 의상실 보조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나 쇼 등장인물 성격에 맞는 의상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일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가는 길이 과연 나한테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답답해질 때마다 이씨는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와 함께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다 강원도 횡성 시골 마을 이장과 가까워졌고 "마을 공동 건물을 펜션으로 개조해 운영하려 하는데, 혹시 그 일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제안을 받아들인 그는 1년여의 직장 생활을 접고 2005년 횡성으로 내려가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국민대 야간대학원의 환경 강의를 알게 됐고,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펜션 운영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기에 이르렀다.

"대학원 과제 중 환경 친화 작품을 제작하는 게 있었는데 디자인 지식과 접목해 웨딩드레스를 만들었죠. 유명인사 호화 결혼식을 접할 때마다 '서민들도 부담 없고 환경에도 좋은 드레스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거든요."

별생각 없이 블로그에 웨딩드레스 사진을 올렸는데 한 여성으로부터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왔다. "팔려고 만든 게 아니다"고 조심스레 거절했지만 상대편은 "꼭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일이 사업의 발단이 됐다. 처음엔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섬유신문, 잡지 등을 뒤적여 '친환경 소재 개발'이라는 기사를 보면 개발자 연락처를 물었고, 천연 염색 장인을 전국으로 찾아다녔다. 그렇게 한 벌씩 만들다 아예 펜션사업을 접고 귀경해 친환경 웨딩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나부터 시작하자' 싶었어요.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디자이너도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초기 한 달에 한두 건 들어오던 주문량이 요즘은 30~40건이나 된다. 가격이 일반 고가 웨딩드레스의 30~40%인 데다 환경도 살리는 정신에 공감하는 예비신부들이 찾는다고 했다.

원문보기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20/2012032000084.html

출처 : 조선일보 기사입력 2012.03.20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