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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쟁: 반도체 주도권 경쟁과 그 속에서의 한국, 역사에 묻다-배종호 교수 | |||||
작성일 | 23.10.24 | 작성자 | 채종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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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476 | ||||
게시물 내용먼 과거부터 반복되던 국가 간 영토 · 무역경쟁은, 오늘날 기술·경제전쟁의 형태로 이어져 왔다. 최초의 트랜지스터와 집적회로를 비롯해 초기 반도체 기술 발전을 일궈낸 미국, 기술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각각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의 큰 축을 담당하는 한국과 대만, 반도체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일본, 그리고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을 동원하여 경쟁에 참여한 중국까지,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심화되는 외교·기술적 전략들에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길 중요한 시기이다. 동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역사한국 반도체 산업은 1960년대 미국 자본과 아남산업에 의해 국내 반도체 조립 사업이 출범하였고, 1970년대 금성반도체와 한국반도체 등 해외 반도체의 조립·수출을 시작으로 한다. 1983년 삼성그룹의 64K DRAM을 통한 반도체사업 진출과 1986년 현대전자 반도체공장을 신호탄으로, 대한민국은 고집적 DRAM 시장을 선도하며 메모리 산업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일본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휩쓸며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황금기를 누렸으나, 기업용 고성능 메모리에서 개인 PC용 저가 메모리로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늦은 적응, 미국과의 반도체 경쟁 구도 및 갈등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걸었다. ▲ 세계에서 세 번째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한 상용화된 반도체, 삼성전자 64K DRAM.
시기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미-일 반도체 경쟁 사이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빈틈이 발생할 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비교적 늦은 시작이었으나, 일본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산업용 컴퓨터에서 개인용 컴퓨터(PC)의 보급으로 반도체 응용 분야가 확장되는 등, 시대적 상황이 맞아 떨어졌던 당시의 배경 역시 중요하다. 한국은 1990년대 중반, 10여 년 만에 미-일이 장악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대국으로 성장하였다. ▲ 한국 · 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 (출처: 정보통신기획평가원 ) 반도체 산업과 시장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패자로,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라는 새로운 반도체 산업 구조를 구축하며, 하나로 연결되는 각각의 영역을 견고히 해왔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코스트 상승과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 시스템 반도체 기술 고도화에 따른 시장 규모 상승 등의 이유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경쟁력을 발판으로 넓은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며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을 진행 중이다.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삼성전자 또한, 2010년대에 들어서 전세계적으로 효율적인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지능형 반도체 기술, 그리고 메모리 기반 연산 반도체 기술(PIM, Processing-In-Memory)이 개발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서 촉발된 이러한 컴퓨팅 패러다임의 변화는, NPU(Neural Processing Unit) 및 HBM (High-Bandwidth Memory) 등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창출하여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각각의 시장 규모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융합을 요구하며 두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기회를 눈앞에 두고 들썩이고 있다. 한국 역시 메모리 반도체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면전에 뛰어들었으며, HBM 등 신 메모리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반도체 경쟁과 변화하는 반도체 시장, 우리나라에게는 새로운 기회인가?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열강의 경쟁 · 대립구도 속에서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 근성과 하나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도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하며, 그 속에 크고 작은 기회와 리스크가 혼재함은 당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심화되며 찬바람이 불어오는 지금이 한국의 역사, 과거의 미-일 반도체 경쟁과 일본의 쇠퇴, 한국 반도체 기술 발전 등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1980년대 일본, 그 당시 한국·대만과 비교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지금이 다시 저력을 보일 때이며,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한 기회이지 않을까? 물론 과거에 비해 이미 다양한 경험과 기술적 경쟁 우위를 확보한 상태이지만, 안주해서는 안된다. 한 명의 우수한 반도체 기술자가 시급하며, 대학의 역할과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적 상황에 발맞춰, 정부, 기업과 대학 모두 반도체 교육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민대학교 창의공과대학 전자공학부 배종호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