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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자살보도 늘자,'자살' 검색량도 늘었다..무분별한 자살보도 / 조수진(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YTN 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 YTN]

 □ 방송일시 : 2020년 9월 19일 (토) 20:20~21:00
 □ 진행 : 변지유 아나운서
□ 대담 :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자살보도 늘자,'자살' 검색량도 늘었다..무분별한 자살보도

- '걸그룹 출신 20대가수 한강다리 극단적 선택..' 자살방법을 제목을 명시한 기사가 네이버 TOP기사로 노출
- 고인이 된 가수 설리를 다룬 MBC다큐, 논란 일자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
- 숨진 정의기억연대 쉼터 소장 집 열쇠구멍에 카메라 들이대 법정제재 받는 언론도

◇ 변지유 아나운서(이하 변지유)>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조수진 교수(이하 조수진)> 안녕하세요.

◇ 변지유>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변지유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어떤 내용 준비하셨습니까.

◆ 조수진> 네,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각 분야에서 ‘어렵다’, ‘힘들다’ 이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지난 14일 매일경제는
<코로나 블루 극단적 선택, 2030세대, 여성 덮쳤다>라는 기사를, 11일 한국일보는 ’올해 여성 자살률이 지난해 대비 3월 17.3%, 4월 17.9%, 6월 13.6% 증가했고, 이 중 2030 여성의 자살률이 현저히 증가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원인으로는 취업난과 집콕생활, 고립감, 우울증 등이 자살시도, 자살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의적 자해로 병원 진료를 받은 건수도 지난해보다 35.9% 증가했고, 연령대에서도 20,30대 청년층이 많다라는
 통계도 있는데요. 최근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에 관한 문제의 심각성,특히, 청년층들의 위기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관련해서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는데요, 걸그룹 출신 가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구조 됐다라는 기사였습니다. 지난 9일 <걸그룹 출신 20대 가수, 한강 다리에서 극단적 선택 시도>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보돕니다.

◇변지유> 네, 저도 봤는데요, sns 등에서 ‘많이 본 뉴스’로 계속 올라와있었죠?

◆ 조수진> 그렇습니다.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에서 다 기사화됐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 기사가 당일 네이버 포털에서 톱기사로 다뤄졌다는 겁니다. 그렇게 노출이 되면 정말 많은 분들이 보게 되는 건데요. 그 다음날인 9월 10일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거든요. ‘자살예방의 날’ 바로 전날 이런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짧은 기사였지만, 자살시도 방법, 자살시도 장소, 자살시도 원인까지 다 다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 언론이 자살보도 준칙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자살 기사의 보도 내용은 자살 관련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연구(인천대 김은이 교수)가 있는데요. 그러니까 ..자살기사의 보도량, 자살방법 언급량, 자살 장소 언급량, 자살 이유 언급량이 그것과 관련된 수용자들의 검색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자살 검색량, 자살방법 검색량, 자살장소 검색량, 자살 이유 검색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한건데요. 유의미하게 나왔습니다.
자살기사 보도와 자살 검색량간에는 1주일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즉, 자살기사 보도량이 증가할 경우 1주일 내로 자살 검색량이 증가한다는 겁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언론의 무분별한 자살 관련 기사보도가 수용자들의 자살관련 인식과 정보탐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미디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거죠

◇변지유 아나운서> 여러차례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이 문제를 다뤘는데요, 아직까지도 기사 보도에 있어서 이런 부분은 많이 미흡한 것 같네요.

◆조수진> 최근 이런 극단적 선택 보도와 관련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조치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바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의 손영미 소장 사망 보도입니다. 당시 쉼터 소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에 많이 언론들이 앞다퉈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요, 특히 몇몇 언론들은 사망 사건으로 출입이 통제된(?) 손 소장 자택 열쇠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대 집 내부를 촬영한 뒤 그대로 보도한 겁니다. ‘이렇게까지 알 권리만을 앞세워도 되는가’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는데요.

지난달 26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가 당시 그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하고 전체회의에 상정했습니다.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대고 쉼터 내부를 촬영했고, 법정제대를 받은 언론사는 TV조선, MBN, YTN입니다.
해당 언론사들은 사건 당일이 휴일이어서 데스킹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방송 후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 열쇠구멍 촬영은 당시 열 군데 언론사가 촬영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 3사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들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각 언론사들은 ‘가장 뜨거운 이슈였고, 취재경쟁도 치열했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기자들의 무분별한 속보 경쟁이 나은, 그리고 취재윤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데스킹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할 문제구요.

◇변지유> 뒤늦게라도 이런 기사가 삭제된 것은 다행입니다. 이번엔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mbc다큐 이야깁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설리’씨와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요.

◆조수진>네, 지난 10일 방송된 mbc다큐플렉스 ‘설리’편인데요. 故 설리의 모친을 포함해 주변인물을 인터뷰한 내용 중 설리가 공개연애 후 이를 반대했던 모친과 갈등이 있었고, 이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취지의 내용입니다. 공개연애 대상이 가해자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실제 이 방송 직후, 고 설리씨의 연예 상대였던 연예인을 비난하는 댓글이 sns 등에 수없이 올라왔고요, 논란이 계속되자 mbc측은 이 프로그램이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mbc측은 기획의도와 달랐다...라고 밝혔는데요, 굳이 이 시점에서 왜 다시 그 문제를 아이템으로 삼았는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연예인들에 대한 자살보도는, 그리고 후속으로 다루는 내용들도 더더욱 신중해야하거든요.

◇변지유>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죠.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자살을 따라하는 악영향이 그만큼 크지 않습니까.

◆조수진> 네, 보통 ’모방 자살‘(copycat suicide)이라고 하는데요..누군가의 자살이 잠재적 자살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해 그게 계기가 되어 자살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모방 자살이 이렇게 주목받는 것은 미디어를 통한 자살의 노출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미디어에서 유명인들의 자살에 대한 노출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겁니다.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거구요.
미국의 자살 연구학자 필립스 (Philips,1974)가 1948년부터 1968년까지 뉴욕 타임스에 게재된 자살기사를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자살 보도량과 자살 뉴스의 1면 보도 여부가 실제 자살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를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모방 자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언론이 최대한 자살보도는 자제해야 하는 겁니다.

◇변지유> 그런 내용이 담긴 자살보도와 관련한 보도 기준이 있죠?

◆조수진>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8년 7월 31일, 자극적인 자살보도로 인한 모방자살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국기자협회,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공동으로「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개정, 발표했는데요. 크게 5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1. 기사 제목에‘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사망’,‘숨지다’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
4.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
5.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
※ 유명인 자살보도를 할 때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야 합니다. 여기 보면 유명인 자살보도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5가지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들이 설명되어져 있는데요, 시간상 다 말씀드릴 수는 없구요, 한 가지만 강조하자면,
 <<1) 자살을 예방하려면 자살 사건은 되도록이면 보도하지 않습니다. : 자살 사건을 보도하지 않기로 한 나라들에서 실제로 자살이 감소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가급적 자살 사건은 보도하지 않는 것이 자살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2) 자살 사건을 주요 기사로 다루지 않습니다. :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의 가치는 없습니다. 자살이 부각된 보도는 자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방송 보도나 신문 지면 등에서 자살 사건을 우선으로 다루지 않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언론은 엄청난 보도량과 자세한 방법, 포털에서 톱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변지유 아나운서> 이 시간에 늘 강조하는거지만 각종 보도 준칙이 잘 마련되어 있는데, 이걸 지키지 않는 것이 문제네요.

◆조수진> 앞서 정의기억연대 쉼터 현관 열쇠 구멍에 카메라를 들이댄 방송사들이 방심위의 제재를 받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 방송사 간부가 “취재기자에게 물어보니 심의규정을 인식 못 했다고 했다. 무지해서 생긴 일이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해명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각 언론사들도 취재기자들을 그냥 현장으로만 내몰 것이 아니라 이런 보도준칙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베르테르효과 반대 개념을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라고 합니다.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말합니다. 우리 언론이 베르테르 효과가 아닌 파파게노 효과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변지유 아나운서> 네, 베르테르 말고, 파파게노! 기억하면서,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수진> 감사합니다.

◇변지유 아나운서> 지금까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조수진 겸임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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